피말리는 삼성 "이재용 구속할 이유 없어" 억울...재계 "망신주기 목적"

기사등록 2020/06/08 09:13:19

'초긴장' 삼성, 억울한 분위기 역력..."이재용 부회장 결백 호소방법 없어"

주거지 일정, 도주가능성 없어, 검찰도 혐의 입증 증거 확보했다해놓곤...

"형사소송법 상 구속 사유 해당 안돼...기각될 것 알고도 망신주기 목적"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구속 갈림길에 선다. 지난 2018년 2월5일 '국정농단' 관련 뇌물 제공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된 지 854일 만에 다시 구속위기를 맞은 것이다.

또한번의 '총수 부재' 위기에 놓인 삼성의 분위기는 무겁다.

삼성 측은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이후 이틀 만에 이뤄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억울해 하는 한편,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 갈림길에 놓이며 초긴장 상태다.

앞서 주말에도 삼성은 이 부회장과 관련한 일각의 보도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하며 긴박한 경영 위기 상황에 처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삼성은 검찰의 무리한 구속 수사 집착에 대해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수'라며 상당히 억울해 하는 분위기다.

불구속 수사와 재판은 2000년대 들어 법원이 '공판 중심주의' 하에 견지해오던 원칙으로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는 '정치색이 짙다'는 판단이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이 작성했던 조서를 중심으로 증거를 삼는 '조서 중심주의' 였다면 '공판 중심주의'는 피의자를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고 법관이 주재하는 공개된 법정에 모든 증거를 현출시켜 놓고 유무죄를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부회장이 형사소송법 규정상 구속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일제시대의 잔재이며, 이러한 적폐 해결을 위해 2003년 형사재판에 공판중심주의 전격 도입했다"며 "특히, 기업인 수사의 경우에는 법리적으로 많은 쟁점이 있으며, 사실관계마저 복잡한 상황에서 구속기소를 통해 자백을 받아내려는 검찰의 행동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를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법원은 이러한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이 부회장은 주거지가 일정하다. 최근 시민단체가 한남동 자택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 정도로 그 위치까지 일반에 알려져 있다. 또 이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기업의 총수로서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주거나 도주의 염려가 없다고 보면 증거인멸 염려를 들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건데, 이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 혐의 전부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염려 역시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검찰은 이미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110여 명에 대해 430여 회나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 측 주장대로 범죄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이미 확보돼 있는 상태라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관련 수사가 1년 6개월 이상 이어졌는데, 증거 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지금에 와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불구속 수사와 기소 이후 법정에서 엄정하게 다투는게 경제위기 파장도 최소화하면서 검찰도 개혁적 측면에서도 기업인에게 유독 가혹하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라는 생각"이라면서 "1년8개월 동안 탈탈 털어놓고, 특검까지하면 4년을 탈탈 털었는데 아직도 수사가 종결되지 않는걸 보면 다소 무리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라고 전했다.

5대 그룹 한 임원은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면서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기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이냐"면서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구속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것은, 영장이 기각될 것을 알고도 이 부회장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한탄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기환송심은 법률적인 판단이 제대로 됐는지 검토하는 것인데 수사를 하는 건 아닌데 처음부터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하는 것처럼 행동하더니 구태여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작정을 하고 잡아놓으려고 목적을 정한 것 같다"면서 "목적을 정하고 거기로 가는데 방법이 있나"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을 진행한다.검찰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m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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