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빅히트와 SK바이오팜의 기업공개(IPO) 소식으로 예비 상장사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상장사가 되면 주식시장에서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비상장사들도 주식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알고 계시나요?
바로 '장외주식거래시장'입니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상장돼 있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벤처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다양하게 포진해있는 코스닥시장, 벤처기업들로 이뤄진 코넥스시장 등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세 곳의 시장들에 상장돼 있지 않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입니다.
K-OTC(Korea Over-The-Counter, 한국장외시장)는 금융투자협회가 2014년 설립해 운영하는 유일한 제도권 장외주식시장입니다. 한국거래소의 관리가 아니기 때문에 장외시장에 있는 기업들은 상장된 기업이 아닌 금융투자협회에 의해 지정된 기업입니다. 즉, 일정 규모의 자본과 매출규모, 시가총액, 영업활동 기간 등의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정규시장과 달리 장외 시장은 훨씬 완화된 조건만 충족한다면 장외시장을 통해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제도권에서 운영하는 장외거래시장은 '증권플러스 비상장' '비마이유니콘' 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규모가 코스닥 상장사보다 더 작은 규모의 기업들만 있는 거 아니냐는 생각도 들 수 있지만 K-OTC 내 있는 기업들은 등록과 지정의 방식을 통해 선정되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에서 대기업까지 규모가 다양합니다. 주식거래에 능통한 투자자라면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IPO 전에 미리 선점하는 있다는 점에서 장외거래를 선호하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K-OTC의 시가총액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2015년 11조1149억원에서 2017년 14조1540억원, 2019년 14조2713억원으로 점차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올해 6월5일 기준으로 K-OTC에 등록·지정된 기업은 128사로 기업이 금융투자협회에 자발적으로 등록을 요청한 회사가 19곳, 금융투자협회 측에서 비상장 기업 중 K-OTC 자격요건을 갖춘 기업들을 지정해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지정기업이 99곳입니다.
K-OTC는 비상장사들의 주식거래를 위한 장외시장이지만 거래방법은 일반 상장사 거래매매와 같은 방법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상장 주식을 거래하고 있었다면 장외시장 거래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탁금은 없지만 위탁증거금률은 100%로 현금 1000만원을 보유하면 1000만원 어치 주식만을 매매할 수 있습니다.
매매거래는 모든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거래시간도 똑같이 오전 9시 개장 후 오후 3시30분에 마감하며 정규거래 시간에 매매할 수 있습니다. 상장주식과 동일하게 하루 가격 변동 폭 역시 기준가 대비 위로 30%, 아래로 30%만 변동하도록 정해놨습니다.
다만, 시간외거래는 불가능하고 경쟁매매가 아닌 상대매매로 이뤄진다는 건 상장주식과는 다른 점입니다. 일반적인 상장주식 거래방법인 경쟁매매는 매도측과 매수측이 다수로 모여서 가격 경쟁을 하는 방식이지만, 상대매매는 매도측과 매수측이 각각 1인인 단수 대 단수 거래를 가리킵니다.
매매체결방식은 상대매매방식으로 매도호가와 매수호가의 가격이 일치하는 경우에 일치하는 수량 범위 내에서 자동으로 매매가 체결됩니다. 가격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 체결을 원하는 투자자는 상대호가를 탐색해 자신의 호가를 정정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K-OTC 신규 종목의 경우 상장기업들처럼 수요예측 등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종목의 상장 첫날 시초가의 가격 변동 폭이 거래소 시장(공모가의 90~200%)보다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습니다.
장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K-OTC 거래 기업들인 카페24, 웹캐시, 지누스, 피피아이 등이 거래소 시장에 상장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월 소득세법 개정에 따라 K-OTC 시장 중소 및 중견 기업 양도소득세 면제가 시행된 점과 지난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증권거래세율 인하를 통해 거래세가 0.25%로 낮아진 점도 장외시장만의 이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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