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30일 내 개선 없으면 지원 영구 중단"…'탈퇴' 위협도(종합)

기사등록 2020/05/19 15:29:15

WHO 상대 서한 공개…"반복된 실수로 세계가 비용 치러"

"미국 이익에 도움 안 되는 기구에 미 납세자 돈 댈 수 없어"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중국 편향적 행보 등을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에 '30일 내 중대한 개선'을 요구한 서한을 공개했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 지원 영구 중단은 물론, 미국의 WHO 회원 지위도 재고한다는 입장이다. (사진 출처=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2020.05.19.
[서울=뉴시스] 김난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를 향해 '30일 내 상황 개선'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WHO가 중국 편향적이라는 공세 연장선인데, 이에 그치지 않고 '탈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입장을 담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상대 서신을 공개했다. 서신은 총 4장 분량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WHO 행보 비난이 주를 이뤘다.

그는 서신에서 그간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WHO와 중국 정부가 취해온 행보를 서술한 뒤 "미국 대통령으로서, 향후 30일 이내에 중대한 실질적인 개선에 임하지 않는다면, WHO에 대한 미 자금 지원 일시 동결을 영구화하고 우리의 회원 지위를 재고할 것임을 알리는 게 내 의무"라고 밝혔다. 사실상 '탈퇴' 카드까지 꺼낸 것이다.

서신의 세부 내용에는 WHO에 대한 긴 비난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는 지난해 12월 초, 또는 그보다 앞선 우한에서의 바이러스 확산에 관해 랜싯 의료저널 기사를 포함한 믿을 만한 보고를 시종일관 무시했다"라며 "중국 정부 공식 설명과 상충하는 믿을 만한 보고에 대한 독립적 조사에 실패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늦어도 지난해 12월30일엔 베이징의 WHO 당국자들은 우한에 중대한 공중보건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라며 "12월26~30일 사이에 중국 언론은 복수의 중국 게놈 회사로 보낸 환자 자료에 근거해 우한 내 신규 바이러스 발생 증거를 제시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후베이성 병원에서 근무하던 장지셴이 중국 보건 당국에 신종 바이러스를 통해 약 180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질병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서신에 포함됐다. 이후 대만 당국이 WHO에 신종 바이러스를 통한 인간 간 전염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WHO는 아마도 정치적 이유로 이 중요한 정보를 세계 다른 곳과 공유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중국은 WHO에 2019년 12월31일까지 우한에서의 몇몇 원인 불명 폐렴 사례에 관해 알리지 않았다"라고 했다.

아울러 서한에 따르면 지난 1월5일엔 상하이 공공위생진료센터 소속 의사인 장융전이 중국 당국에 바이러스 게놈 배열 순서를 알아냈다고 보고했지만, 6일이 지난 같은 달 11일까지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해당 의사가 직접 온라인에 이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중국 당국은 '교정(rectification)'을 위해 그의 연구소를 폐쇄했다"라며 "WHO는 장 박사의 연구소 폐쇄와 중국 당국에 6일 전에 사실을 알렸다는 그의 주장 모두에 대해 두드러지게 침묵했다"라고 힐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WHO가 코로나19 인간 간 전염의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중국의 주장을 반복하는 등 그간 지속적으로 잘못된 주장을 해왔다고도 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WHO에 비상사태 선포를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또 "당신은 1월28일 시 주석과 베이징에서 만난 뒤 코로나19 관련 중국 정부의 '투명성'을 칭찬했다"며 "당신은 중국의 침묵 또는 코로나19 관련 언급을 이유로 한 일부 의사 처벌, 관련 정보 공개를 막기 위한 중국 기관을 제한은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비난했다.

WHO가 이후 지난 1월30일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도 중국을 상대로 적시에 국제 의료조사단 입국을 허락하도록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 지점이 됐다. 그 결과 2주 정도가 지난 2월 중순까지 핵심 팀이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당신은 중국의 자국 내 여행 제한은 강하게 칭찬했으면서, 나의 미국 국경 폐쇄나 중국발 입국자 (입국) 금지에는 이해할 수 없게 반대했다"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당신의 바람에 개의치 않고 나는 금지 조치를 취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밖에도 WHO가 지난 3월 초까지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했다는 점 등을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이를 토대로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대응에 있어 당신과 당신 기구의 반복적인 실수는 세계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실제로 입증할 수 있을지가 WHO가 나아갈 유일한 길"이라며 "내 행정부는 이미 당신과 어떻게 기구를 개편할지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신속한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낭비할 시간이 없다"라고 서신을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현 상태로는 명백히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구에 미국 납세자들의 돈을 계속 지원하는 일을 허락할 수 없다"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이 위험성을 저평가했던 코로나19가 결국 자국 내에서도 대규모 확산하자 중국과 WHO를 탓해왔다. 특히 WHO가 중국에 편향됐다며 지난달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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