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용 그래핀 생산시대 개막'…화학연·국내기업, 올 연말 첫 대량생산

기사등록 2020/05/19 12:01:00

화학연서 개발한 '전기화학 박리공정' 적용 멀티 전극 시스템 활용

㈜엘브스지켐텍, 국내 채굴 흑연으로 연내 고품질 그래핀 대량생산 목표

[대전=뉴시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이제욱 박사팀이 개발한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 활용 멀티 전극 시스템.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한국화학연구원이 국내에서 채굴된 흑연으로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그래핀을 대량 생산키 위해 국내 기업과 손잡았다.

 그래핀은 흑연을 한 층 벗겨낸 것으로 강도와 열 전도성, 전기전도성 등 성능이 매우 뛰어나 '꿈의 신소재'로 불리지만 10여 년간 대량생산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서도 연구용 생산은 있었으나 산업용 대량생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그래핀 대량생산에 활용되는 기술은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 이제욱 박사팀이 개발한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과 이를 적용한 멀티전극 시스템이다.

멀티전극 시스템은 전해질 용액 수조에 '금속 전극-흑연 전극-금속 전극'을 샌드위치처럼 배치한 묶음을 여러 개 담가놓은 장치다.

 이 장치는 흑연 전극에 전기를 흘려보내 그래핀을 아주 얇은 층으로 벗겨내는 방식으로, 이렇게 벗겨진 그래핀은 장치 하단의 필터를 통해 용액과 분리돼 가루 형태로 추출된다.

멀티전극 시스템을 활용하면 고품질의 그래핀을 1시간이면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며 특히 그래핀 1g당 가격도 2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이 공정은 기존 그래핀 생산기술인 ‘화학적 합성 공정’보다 생산시간과 가격,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 화학적 합성 공정은 흑연을 강산으로 처리해 그래핀을 얻는 방식으로 현재 주로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학연구원 이제욱 박사는 "화학적 합성 공정의 경우 강산 처리로 인해 그래핀의 강도, 열 전도성, 전기전도도 등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나중에 환원처리를 하지만 100% 수준으로 품질이 회복되지 않는다"면서 "화학연서 개발한 기술은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뉴시스] 한국화학연구원 이제욱 책임연구원(오른쪽)과 권연주 연구원이 멀티 전극 시스템으로 생산한 그래핀 용액과 가루를 들고 있다. 뒤에 있는 장치는 차세대 전기화학 박리공정이 적용된 멀티 전극 시스템.
화학연구원은 이 기술을 현재 ㈜엘브스지켐텍에 이전하고 올해 연말을 목표로 고품질의 그래핀 대량 생산을 위한 공동 연구를 수행중이다.

㈜엘브스지켐텍의 모회사인 엘브스흑연㈜은 국내 흑연광산의 채굴권을 확보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흑연 채굴에 들어간다. 이로 중국 수입에 의존하던 고품질의 흑연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대량 생산되는 그래핀은 우선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열을 방출하는 방열부품, 전기자동차의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도전재와 전극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전자제품의 방열 부품에는 흑연 시트가 주로 쓰이지만 유연성이 떨어지는 탓에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생산에 걸림돌로 작용됐다.

 ㈜엘브스지켐텍 박철용 대표는 "값싼 고품질의 그래핀을 대량으로 시장에 공급해 지난 10년 동안 열리지 않았던 그래핀 상용화의 문을 2021년까지 활짝 여는 게 목표"라면서 "현재 엘브스흑연연구소를 설립하고, 그래핀 양산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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