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 죽어야 끝난다고"…숨진 경비원, 울먹이며 음성 유서

기사등록 2020/05/18 12:08:02 최종수정 2020/05/19 13:56:30

"사직서 안 내서 백대 맞으라 했다"

"저처럼 죽지 않게 강력 처벌해야"

이달 10일 경비원 극단선택…"억울"

4일도 극단선택 시도…주민이 말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이 폭행 피해를 호소하며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이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입주민이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마치고 18일 새벽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05.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소재 A아파트 경비원의 생전 육성 유언이 공개됐다.

18일 뉴시스가 입수한 최모 경비원의 음성 파일에는 최씨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A아파트 입주민 B씨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B씨가 '경비복을 벗어라'고 하면서 '산으로 가자'고 했다"며 "B씨가 '너와 나의 싸움은 하나가 죽어야 끝나니까'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B씨가 '사직서 안 냈으니까 백대를 맞아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최씨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울먹이는 목소리로 "저처럼 경비가 맞아서 억울한 일 당해서 죽는 사람 없게 꼭 (진실을) 밝혀달라"며 "경비를 때리는 사람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최씨는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얼마나 불안한지 아는가"라며 "저 같이 마음이 선한 사람이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저 맞고소 했다고 한다"며 고통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B씨는 지난달 27일 최씨에게 모욕 혐의가 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9일 고소인 조사를 마친 경찰은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할 계획이다.
이 음성 파일은 지난 4일 최씨가 첫 번째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 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당일 오전 자신이 근무하던 아파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자 했고, 일부 입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이 폭행 피해를 호소하며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이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입주민이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마치고 18일 새벽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0.05.18. photo@newsis.com
A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최씨는 지난달 21일과 27일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고, 지난 10일 오전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코뼈가 부러지는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자신을 돕던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저 너무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날인 17일 가해자로 지목된 B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B씨는 특히 경찰 소환조사에서 폭행 혐의 관련 주요 내용인 코뼈 골절에 대해 "자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음성 유서를 포함한 다수의 음성 파일과 최씨가 피해를 입은 증거라며 찍어둔 찢어진 경비복 사진 등을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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