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행사와 즐기는 민속명절...예불뒤 장난감 선물도
특히 딱히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 없었던 옛적에는 예불과 함께 부모로부터 장난감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어린이날의 역할을 해준 날이기도 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불교의 개조(開祖)인 석가모니(釋迦牟尼)의 탄생일로 기념하는 사월 초파일, 음력 4월 8일로 2월 8일 석가(釋迦) 출가일(出家日), 2월 15일 열반일(涅槃日), 12월 8일 성도일(成道日)을 포함해 불교 4대 명절 가운데 하나다. 중국과 일본 모두 4월 8일을 탄생일로 기념하는데 일본은 음력이 아닌 양력 4월 8일로 고쳐 기념하고 있다.
불자(佛子)가 아니더라도 사월 초파일은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이 함께 즐겨온 민속명절로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다.
이날은 연등행사와 관등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중국에서도 이날 연등행사가 이루어지만 우리나라처럼 성행하지는 않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연등축제 대신 불전에 꽃을 올리는 '하나마쯔리'로 대신한다.
우선 불교적 성격을 띤 국가 행사인 연등회(燃燈會)가 551년(진흥왕 12)에 팔관회(八關會)의 개설과 함께 국가적 행사로 열리게 됐고 이는 불교문화권에서 성행하던 불교의례의 하나로 특히 고려 때 성행하게 됐다. 불전에 등을 밝혀 자신의 마음을 밝고 맑고 바르게 해 불덕을 찬양하고 부처님께 귀의해 구제를 받으려 하는 의미를 지닌다.
사월 초파일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의종 때 백선연(白善淵)이 4월 8일에 점등했다는 것으로 이후 공민왕은 직접 초파일에 연등행사를 열었고 이때부터 초파일 연등은 일반 서민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불교적 연등행사가 민속적 연등행사와 합쳐져 지금의 초파일 연등축제로 이어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들어 여러 차례 열리던 연등회가 국가적 행사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점차 쇠퇴하고 사월 초파일의 연등이 불교교단과 신도들에 의해 지금까지 전승된다.
다만 초파일 연등이 석가탄신일을 축하하는 의미에 더해 고려시대까지 계속 성행해 온 민속적 의미가 강한 정월연등, 2월 연등까지 아울러 행해져 민족 고유의 세시풍속의 하나로 자리잡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연등행사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각종 민속놀이도 성행했다. 초파일에 하는 놀이를 총칭해 파일[八日]놀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형형색색 등의 불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만석중놀이가 있다. 영등(影燈)놀이라고도 하며 영등 안에는 갈이틀을 만들어 놓고 종이에 개와 매를 데리고 말을 탄 사람이 호랑이, 이리, 사슴, 노루 등을 사냥하는 모습을 그려 붙인 뒤 등이 바람에 의해 빙빙 돌아가면 여러 가지 그림자가 비치게 된다.
또 장안 사람들이 절을 찾아가서 등을 달아놓은 광경을 구경했고 사람들이 모이면 각종 풍악을 울렸다. 또 사찰에서는 초파일을 기념하는 법회를 비롯해 신도들은 성불도(成佛圖)놀이와 탑돌이 등 불교민속적 놀이를 행했다.
이런 가운데 관등놀이는 일제강점기에 폐지됐다가 광복 후에 새롭게 변용돼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등행렬에서 각양각색의 등과 코끼리, 가면과 풍물패가 어우러져 현대적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등불을 밝힌다는 의미의 연등 역시 어원이 변용돼 '연등(蓮燈)'으로 통일돼 달고 있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는 깨끗한 꽃이란 불교적 의미가 강조된 데서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어린이를 위한 날이 딱히 없었던 근대 전후로 각종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던 초파일은 어린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자료=한국민속대백과사전 제공)
◎공감언론 뉴시스 pjk76@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