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당선인 회동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 '비토'
지도부, 내일 당선자 총회 후 전국위 개최키로
당내 찬반 팽팽…전국위 열려도 가결은 불투명
당 지도부는 28일에 열기로 공고한 상임 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개최를 예정대로 밀어붙여 '김종인 비대위' 구성안 의결을 시도한다.
전국위는 당 지도부와 상임고문, 당 소속 국회의원,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장, 시·도당대회 선출 전국위원,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800여명으로 구성된다. 28일 열리게 될 전국위에선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일 경우 당 최고위원회는 해산하고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통합당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전국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은 여전히 양분된 상태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비대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찬성파가 있는 반면, 전국위를 개최하기 전에 21대 당선자 총회를 먼저 열어 당의 진로를 논의하는 게 우선이라는 반대파도 만만치 않다.
재선 당선자 모임에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찬성하면서도 비대위원장의 임기와 역할 등을 놓고 우려나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종인 비대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려 전국위에서 의결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당 내에선 정족수 부족으로 의결 자체를 무산시키도록 전국위 '비토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과거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은 혁신위·비대위 체제의 '투트랙'으로 가동하기로 하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지만 친박계의 조직적인 보이콧으로 상임전국위 추인이 무산된 바 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전국위 일정 조정 가능성을 두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과반 출석은 확보됐느냐는 질문에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잘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전국위) 정족수가 될 가능성은 반반 같다"고 했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둘러싼 극심한 진통이 이어지자 당 안팎에선 권력투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 쇄신과 권력재편의 기로에 선 통합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경우 당내 권력구도가 재편되는 까닭이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개혁의 키를 잡을 경우 과감한 인적 쇄신이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외부 인사 영입으로 당내 중진들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낮지 않다.
3선에 오른 김태흠 의원은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든 비대위 체제로 가든 당의 미래는 당내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비대위 추진 절차를 비판했다. 4선 김재경 의원도 "강한 야당 만든다고 당 대표에게 권한을 몰아주더니 공천 앞두고는 공관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결국은 권한의 독점 때문에 그 부작용으로 선거 망쳤는데. 또 전권을 기한도 없이 주겠다? 예수나 석가에게 준다고 해도 반대"라고 했다.
홍준표 전 대표가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입장이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선 것도 기존 대선 출마자들의 시효가 끝난 점을 들어 차기 대권 후보 교체를 시사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이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재선 당선인들은 일단 찬성 쪽으로 기운 가운데 초선 당선인 40명과 3선 당선인 15명의 의중도 김종인 비대위가 전국위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 상당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4·15 총선에서 3선에 오른 당선인들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추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제동을 걸었다. 3선 중진들은 선(先) 당선자총회 후(後) 전국위로 의견을 모았다.
당내 반발 기류가 거세지자 통합당 지도부는 일단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당초 29일로 예정됐던 당선자 총회를 28일 오전으로 앞당겼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 문제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당내 다선 의원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낙선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3선급이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이들이 김종인 비대위를 조직적으로 비토할 경우 전국위가 개최되더라도 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날 3선 당선인 회동에선 15명 중 11명이 참석해 하태경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전국위 연기에 동의했다.
박덕흠 의원은 "지도체제 문제는 향후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문제로 당선자 총회에서 당 개혁방향에 대한 총의를 모은 후 이를 바탕으로 지도체제가 정해져야 한다"며 "따라서 당선자대회 개최 후에 전국위를 개최할 것을 최고위에 강력 요청한다. (전국위 일정 변경은) 물리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윤재옥 의원도 "(비대위 추진 과정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바로 잡고 전국위를 가든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전국위를 미룰 것을 요구했다.
또 "비대위 자체에 대해서 반대"라며 "(20대 국회) 시작부터 결국 세 번 했고 이번까지 하면 20대 4년 임기에 네 번을 하게 되는데 이런 정당은 정상 정당이 아니라고 우리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 비대위는 비상체제 아닌가. 4년 내내 결국은 비상체제로, 거꾸로 말하면 정상이 아닌 정당으로 운영을 해 왔는데 무슨 희망이 있고 국민들이 이런 정당에 무슨 기대와 신뢰를 보내겠느냐"고 반문했다.
통합당의 일부 중앙위원들도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비대위 추진을 거부했다. 이들은 "8월 이전까지 되어야 할 신성한 전당대회마저 무시해버리는 무소불위 행위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자 왔다"며 "정당의 주인인 당원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곧 떠나야 될 몇 분이 이러는 것은 참담하다"고 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내일 내 생각에는 (비대위 구성안이) 부결될 것 같다"며 "기한을 안 두는 비대위원장이 어디 있나. '8월31일까지 전당대회' 규정을 삭제하려면 10월이든 12월이든 기한을 정해야 한다. 그래서 내일 수정 의결을 해야 한다. 못 박지 않으면 종신제로 가겠단 게 아니냐. 종신 비대위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상적인 자강론보다는 현실적인 '김종인 카드'를 지지하는 의견도 없지 않다.
하태경 의원은 "오늘 3선 모임에서 요구한 당선자 총회를 전국위보다 먼저 하자는 요구가 수용되었다"며 "때문에 더 이상 전국위 회의를 연기하자는 주장은 근거를 잃었다. 내일 당선자 총회와 전국위를 통해 김종인 비대위를 바로 출범시키는 것이 당을 살리는 첩경"이라고 했다.
당내 최다선인 5선에 오른 정진석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우리가 비대위원장감으로 김종인 박사만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 분의 주장과 논리가 상식에 부합하다면 현재로서는 그를 거부하기 힘들다"며 "전권을 주느냐 마느냐, 기한을 정하느냐 마느냐, 부질없는 논쟁"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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