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수술 뒤 의식 회복…1.7㎞ 떨어진 軍 사격 훈련과 시점 겹쳐
군·경, 연관성 확실해지면 오발 경위 집중조사…全육군 사격 중단
2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4시40분께 전남 담양군 한 골프장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캐디 A씨가 머리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외상을 입고 쓰러졌다.
인접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A씨의 머리에서는 우리 군 제식 탄으로 추정되는 개인화기 탄두가 발견됐다.
이에 군·경은 A씨가 쓰러질 무렵 골프장 인근 군 부대 사격장에서 개인화기 사격 훈련이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머리에 박힌 '탄두'에도 구사일생
A씨는 골프장에서 동료·방문객 등 5명과 라운딩을 하던 중 급작스럽게 쓰러졌다. 머리에는 무언가가 박힌 듯한 외상이 남았고 출혈도 있었다.
이후 A씨는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다.
수술 도중 A씨의 정수리 두피 인근에서 5.56㎜ 보통(소총)탄 탄두로 보이는 물체가 나왔다. 이에 A씨의 가족 등은 관련 내용을 이날 새벽 우리 군에 알렸다.
수술을 마친 A씨는 의식을 되찾아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A씨는 퇴원 수속을 마쳤지만 '당분간 예후를 지켜보는 것이 낫겠다'는 군 당국의 권유로 다른 병원에 재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 사고 당시 인접 부대서 사격…오발 사고 추정
경찰과 합동 조사반을 꾸린 군 당국은 사고 당일 오후 시간대에 인근 군 부대 사격장에서 육군 모 부대의 개인화기 사격 훈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격훈련은 오후 1시~5시 사이에 진행됐으며 A씨가 머리에 외상을 입고 쓰러진 시간대와 겹친다.
발견된 탄두가 5.56㎜ 소총탄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군 제식 개인화기인 K2소총에서 발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사격장은 해당 골프장과 1.7㎞가량 떨어져 있다. K2소총의 최대 사거리는 2650m 안팎이다. 단순한 물리적 계산으로도 사격장에서 발사된 탄두가 A씨에까지 도달했을 수 있다.
군·경 합동조사반은 오발 사고에 무게를 두되, 여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 중이다.
군·경 합동조사반이 중점적으로 살펴볼 내용은 ▲사격훈련과 A씨의 외상 간 연관성 ▲인과관계 성립 시 정확한 사고 경위 ▲사격 예고 방송 실시 등 안전 관리 실태 ▲사격훈련 통제 적정성 등이다.
연관성이 확실해지면 정확한 경위 파악에 주력한다.
발사 탄환이 사수가 목표로 했던 탄착점을 벗어나 멀리 비행한 것인지(유탄), 탄환이 비행 도중 장애물에 닿아 튀어 정상 탄도를 이탈한 것인지(도비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한다.
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원인미상탄'으로 분류돼 있다. 탄두 형태·탄도(彈道)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현재 A씨의 머리에서 발견된 탄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져 정밀 감정이 의뢰된 상태다. 탄두 형태와 특성 등에 대한분석이 끝나면 탄도 시뮬레이션 등도 진행될 전망이다.
경찰도 당시 동석했던 A씨 동료 등 목격자와 군 관계자 진술을 확보, 사격훈련 전후 상황에 대해 수사를 펼친다.
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하게 사고 경위를 규명하겠다"며 "민간인 오발 사고로 결론이 날 경우에는 군 내부 규정과 법리 등을 검토해 A씨에 대한 보상 절차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육군본부는 이날부터 전국 부대에서 사격 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각 사격장에 대한 안전 점검에 착수했다.육군은 담양 골프장 사고 정황이 확인될 이후에 사격을 재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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