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인터뷰] 윤성현 감독 "지옥같은 청년들의 현실 서부극으로 풀어"

기사등록 2020/04/24 16:21:39 최종수정 2020/04/24 16:27:46

영화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 공개

[서울=뉴시스]영화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사진=넷플릭스 제공)2020.04.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이 영화를 만들 때 첫 번째 목표가 '서스펜스'(긴장감)를 잘 전달하는 것이었다."

영화 '사냥의 시간'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윤성현 감독은 24일 화상 인터뷰에서 "베를린영화제 평가 중 '서스펜스 부분에 있어서 완벽히 장르를 이해하고 만드는 감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았고 목표를 이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사냥의 시간'은 올해 열린 베를린영화제 스페셜갈라 부문에 초청돼 K-뮤비 파워를 보였다. 특히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2011년 영화 '파수꾼' 이후 9년만에 다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고 스크린에 복귀했다.

윤 감독은 "이번 영화는 '드라마'가 아닌 '서스펜스'에 중점을 둔 복합 장르의 영화"라며 '"범죄' 장르의 영화를 표방할 뿐만 아니라 '서부극'의 요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청년들이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표현한다. 지옥 같은 곳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장르적으로 풀고 싶었다. 리얼한 현대 배경으로도 말할 수 있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 장르를 통해 그걸 은유적로 풀어내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옥'을 어떤 형태로 풀어낼까 고민이 많았다. 가져가려고 했던 장르가 '범죄', '서스펜스', 나중에는 '서부극'이다. 개인적으로 서부극을 좋아하는데, 엔딩 부분은 서부극의 요소를 차용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영화 '사냥의 시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2020.03.23 photo@newsis.com
윤 감독은 이 '지옥' 같은 공간적 배경은 현실에 존재하는 가까운 미래를 염두에 두기보다 '은유적이고 우화적인 공간'으로 표현하고자 애썼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구현된 영화의 배경은 미국의 슬럼가를 연상케 한다. 

"우화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결과물로 나온 배경적) 세계관을 가져갔다. 그렇다고 SF영화는 아니다. 사이언스(과학)는 안 들어간다. 개인적 욕심으로는 정말 제대로 된 세계관을 펼치고 싶었지만, 제작비 여건상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했다. 남미나 미국 디트로이트의 슬럼가 등을 참고했다. 근미래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간의 숨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이 출연했다.

'파수꾼'을 통해 발굴한 이제훈과 박정민은 9년 동안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쌓아 현재 대중의 많은 인기를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윤 감독은 "감독과 배우의 관계보다 친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그 친구들을 진심 어리게 응원하고, 좋은 일이 있을 때면 같이 기뻐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된 배우 최우식과 안재홍, 박해수에 대해서도 말을 보탰다.

그는 세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안재홍은 영화 '족구왕'과 드라마 '1997'을 재밌게 봤다. 최우식의 경우에는 단편 때부터 유심히 봐 왔던 배우다. 꼭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박해수는 영화 '소수의견'에서 단역으로 나올 때 (당시 캐릭터가) 이 영화의 캐릭터 '한'과 밀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1순위에 뒀던 배우들과 함께 하게 돼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영화 '사냥의 시간'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22일 오후 3시 30분(현지시각) 영화 '사냥의 시간'이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첫 공식 일정인 포토콜 행사와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국내외 취재진들과 만남을 가졌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2020.02.25. photo@newsis.com
윤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직선적 얘기 안에서 영화가 가진 사운드와 이미지의 힘만으로 가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윤 감독은 음악에 많은 공을 들였고, 결과적으로 음악이 인상적이라는 평이 뒤따랐다. 

윤 감독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에 대해 "그분이 가진 음악적 스펙특럼이 굉장하고 특별하기에 함께 하게 됐다"며 "'사냥의 시간'의 음악 스펙트럼이 넓다. 굉장히 분위기있는 음악부터 트렌디한 음악까지 다양한 범위의 음악이 나온다. 그래서 (프라이머리가) 음악에 있어서 천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당초 극장에서 개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시기가 밀리다 결국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짓게 됐다. 여건상의 문제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공개한 소감을 묻자, "넷플릭스를 통한 덕분에 190개국에서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음악 등의 사운드에 공 들인 영화인 만큼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는 장비를 통해 시청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윤 감독은 9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대략 200억 가까이 드는 규모의 영화를 시도하다 못 하게 됐고, 그 과정을 거치다 보니 5년이 지났다. 2016년부터 '사냥의 시간'을 쓰고 준비해 이번에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그리는 미래는 뭘까. 윤 감독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각본을 받아 연출에만 집중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고 밝혔다.

"존경하는 많은 감독님들 중 본인이 직접 글을 쓰는 분들이 많지 않다. 스필버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등이 그렇다. 감독으로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반드시 각본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 에너지를 연출에만 쏟을 수 있다면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놓는 작품마다 탄탄한 연출력으로 호평을 이끌어 낸 윤성현 감독.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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