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온라인 공연]봄 아지랑이같은 목소리...혜원/민희 '남창가곡'

기사등록 2020/04/26 06:00:00
[서울=뉴시스] 박민희. 2020.04.26. (사진 =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가 지났건만, 봄의 기색은 간데없다.

이럴 때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 보컬리스트 박민희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청각뿐만 아니라 봄철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시각까지 자극하는 '공감각적'인 그녀의 보컬이 듣는 이를 감싸주기 때문이리라.

전통성악의 한 갈래인 정가(正歌)는 아정(雅正)한 노래라는 뜻이다. 들은 사람은 많지 않지만 한번 듣고 그만 듣는 사람은 드물다. 박민희의 정가를 들으면 무슨 얘기인지 안다.

그렇다고 박민희의 목소리가 낭창낭창만 할 거라고 여기면 오판이다. 전통 음악의 혁신성을 증명해온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 역시 다양한 결을 지니고 있다.

서울남산국악당이 26일 오후 5시 네이버공연 라이브(https://www.vlive.tv/video/186329)를 통해 무관객 온라인 공연인 혜원/민희의 '남창가곡'을 실황 중계한다.

박민희와 전통타악 기반 사운드 아티스트 최혜원이 빚어내는 '남창가곡'은 남성적 틀을 벗어난다. 오랜 전통 속에서 남성들에게만 허용했던 종묘제례악의 제사문화와 남창가곡을 여성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한국 고전 성악곡인 가곡, 가사, 시조의 전통은 유지한다. 그 본질을 동시대 관객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더 고민했다.

전통 가곡과 전자음악 사운드가 만난 '앰비언트 가곡'이 그것이다. 반복적인 리듬감을 지닌 전자 음악에 전통 가곡이 어우러진다. 앰비언트 음악은 의식적인 음악 감상에 목적을 두지 않고, 환경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청취하게 되는 음악을 가리킨다. 주변의, 둘러싼이라는 뜻처럼 공간감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민희는 "그동안 '청취용 음악'보다는 공연장에서 음악을 경험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런 온라인 환경의 공연은 처음"이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영상을 통한 청취용 음악의 경험을 어떻게 전달드려야 할 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사흘 앞두고 전화로 만난 박민희에게 이번 공연의 의미, 남창가곡의 색다른 해석, 코로나 19 시대에 어려움 등에 대해 물었다.

-'앰비언트 가곡'이라는 장르가 특이하다. 어떤 특징이 있나?

[서울=뉴시스] 남창가곡. 2020.04.26. (사진 =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photo@newsis.com
"앰비언트는 음향이 미니멀하지만 음 사이에 공간감이 생긴다. 가곡은 쉬운 선율로 곡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혜원 씨가 공간감을 만들어줬다. 만족할 만한 사운드가 나왔다."

박민희는 평소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7년 최혜원의 솔로 공연을 보러 갔다. 당시에는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박민희가 최혜원의 음악에 매력을 느껴 먼저 e-메일을 그에게 보냈다. 이후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취향을 공유하다가 작년 9월 서울남산국악당 릴레이 공연 '변신술'에서 30분가량의 공연을 함께 선보였다.

-오랜 전통 속에서 남성들에게만 허용했던 종묘제례악의 제사문화와 남창가곡을 여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오랜 시간 여창가곡을 해왔고 여전히 사랑한다. 그런데 여창가곡의 노랫말은 대부분 사랑 이야기인데 기다리고, 이별하고, 바람 맞고 하는 내용이 많다. 남창가곡의 가사를 제대로 봤는데 여창가곡과는 너무 다르더라. 노랫말에 여유가 있고, 주체적이고, 시 안에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삶을 즐기는 노래가 많았다. 또 여창가곡은 노래할 때 무릎 위에 손을 올린 정돈된 모습이 많은데 남창가곡은 편한 퍼포먼스로 노래를 하더라. '할 말을 다 한다'는 느낌이었다. 남들이 볼 때 아름답고 화려하기보다 우리가 시원하고 편안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에도 설 무대가 많지 않았던 젊은 국악인들의 피해가 더 클 것 같다.

"전통 예술가들은 특히 현장이 중요하다. 그런데 공연이 축소되다 보니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런 때 전통 음악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한계를 직시하고, 매체 등을 통해 다양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작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구상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계획했던 것이 대부분 취소가 됐다. 그런데 이것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아 혜원 씨와 음원, 음반 발매 작업을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우리가 하는 작업을 음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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