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생활방역 공론화… "이번주 체제 전환 여부 논의"
김강립 "자칫 일상회복 의미로 이해할 우려…매우 신중"
文대통령 "부활절·총선만 잘 넘기면 생활방역 전환도 가능"
靑 "확진자 줄면 거리두기 변화 가능성…중대본에서 결정"
정세균 국무총리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중요한 한 주가 시작됐다"며 "이번 주 후반에는 그간 진행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과를 평가하고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방침으로 지난달 21일 시작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한 차례 연장 끝에 오는 19일 만료를 앞두고 있다. 19일이 주말이라는 점에서 늦어도 이번 주 후반까지는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 여부를 밝히겠다는 방침이다.
정 총리는 "먼저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의료계와 방역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이 중요하다"며 "섣부른 완화는 되돌릴 수 없는 대가를 치른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전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달 가량 지속되고 있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일부 국민들의 반응, 내수 위축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크다는 우려가 정부의 생활방역 체제 전환 검토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임시 방편으로 온라인 개학을 도입하기는했지만 입시 등 전체 학사 일정을 고려할 때 초·중·고등학교의 등교를 계속해서 미루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완치 후 재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 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전환 시점과 방법 등 최종 판단은 의료계와 방역 전문가들에게 맡길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정 총리의 발언 속에 녹아있다.
방역 당국은 생활방역 체제 공론화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면서도 필요성 자체마저 부인하지 않았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제는 일상화 된 방역 조치를 시행해가면서 일상적 사회·경제생활을 영위할 수밖에 없다"고 생활방역 체제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생활방역의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이 자칫 섣부르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단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의미로 이해할 우려가 있어 당국으로서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 밖에는 없다"고 했다.
생활방역 체제에 대한 공론화가 국민들에게 자칫 완전히 일상으로 복귀를 해도 좋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로 간신히 안정세로 접어들고는 있지만, 한자릿 수 확진자가 31번 환자의 발생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던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 총리가 전문가의 '전환 여건' 판단을 우선 조건으로 언급한 것도 이러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종 결정 과정에서의 정무적 판단은 최대한 배제하겠다는 신중함으로 읽힌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의료진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번주까지 그 기준을 충족한다면 단계적으로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한 생활방역위원회는 지난 10일 15명의 위원들과 함께 첫 회의를 열고 생활방역 체계를 전제로 한 추후 방안을 논의했다. 본격 전환을 가정한 구체적인 정부 지침안을 이번주까지 마련키로 했다.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목소리는 4월 들어서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로 유지되면서 본격적으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89명을 시작으로 열흘 이상 신규 확진자는 두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최근 4일 간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일 27명 → 11일 30명 → 12일 32명 → 13일 25명 등 점차 안정적인 추세가 확인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부활절과 총선만 잘 넘기면 생활방역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12일 부활절 기념 메시지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처럼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은 생활방역위원회의 첫 회의가 있던 날이고, 12일은 정 총리의 생활방역 체제 전환 공론화 발언 하루 전이라는 시점적 특징이 있다. 문 대통령이 앞서 큰 방향성을 미리 제시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 여부는 생활방역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 청와대가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최대한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면서도 "만일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된다면 그에 따라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단계적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중대본 차원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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