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추경 총선 후 국회 제출…실제 지급방식은 여전히 안갯속

기사등록 2020/04/12 06:00:00

정 총리 "총선 전 제출은 어려울 것"…금주 후반 제출될 듯

기재부, 당초 발표한 방침대로…"세출 구조조정 협의 지속"

정치권·연구기관·민간서 '보편 지급, 선별 환수' 주장 계속돼

청와대도 가능성 열어둬…연말정산, 기부 등 여러 방식 제기

"위기상황에 국민 분열시키는 정책…재정논리 설득력 없어"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04.05.myjs@newsis.com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1400만여 가구에 최대 100만원씩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총선 이후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정부는 기존 발표대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7조원대 수준의 추경을 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더불어 각종 연구기관 등에서 지급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다 청와대 등에서도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실제 지급이 정부안대로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중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총선 전 제출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언급한 대로라면 오는 16일이나 17일에 실제 제출이 이뤄지리란 예상이 가능하다.

기재부는 지난달 30일 열렸던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공개한 지급 원칙을 견지한다는 방침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한 '원포인트'(One-point) 추경이다.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단일 사업이란 얘기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9조1000억원으로 책정했고, 지방자치단체의 보조를 제외한 중앙 정부 추경 규모는 7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재원은 전액 기존 예산에 반영돼 있던 세출 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집행 부진이 예상되거나 정부 노력을 통해 재원을 절감할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최대한 감액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예시로 들었던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코로나19로 투자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아 이·불용이 예상되는 사업들이 있다"며 "이자율이 하락하면서 국채 이자 지급 예산이 줄었고, 유가가 반 토막 나면서 생긴 절감분도 있다"고 언급했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출 구조조정 작업이 상당히 복잡한데, 관련 부처들과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 안대로 추경을 마련해 제출하더라도 재난지원금의 실제 지급 시점이나 최종적인 방식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급 대상을 전 국민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민간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 이하 1400만가구에 지급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 같은 방침이 당초 취지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재난지원금 차별 지급을 반대한다고 올라 온 게시글은 이날 기준 9506명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글 작성자는 "맞벌이하며 외동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시민인데, 제외됐다. 맞벌이와 외벌이, 전업주부와 워킹맘, 경기도와 이외 다른 지역 등 모두가 (둘로 나뉘어) 재난지원금 때문에 서로 싸우고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코로나19로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데, 정부와 지자체에서 쏟아 내는 정책들로 국민들은 매일같이 실의에 빠져있다"고 호소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재난지원금 정책은 위기 속에서 사회 연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고 사회 분열적 메시지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나라 살림을 걱정해야 하는 기재부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정책에 수조원의 예산을 섣불리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경제 위기 상황에 정부 내에서도 입장 변화가 감지된다.

청와대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여야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전 국민 지급에 대한 가능성을 사실상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총리 역시 사견임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속도감 있는 위기 대응을 위해선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환수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조건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7일 오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경남형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경남도 제공) 2020.04.07. photo@newsis.com
이른바 '보편 지급, 선별 환수' 방식은 나라살림연구소와 같은 시민단체나 보건사회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 등이 내놓은 해법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전 국민에 일정 금액을 지급한 후 올해 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환수하면 작년 혹은 재작년 소득을 기반으로 한 건강보험료 기준 선별 지급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도 '특별부가세'(surcharge)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고소득자가 스스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면 행정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영국의 아동수당이나 캐나다의 기초연금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보편 지급을 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세청의 근로장려세제 체계를 활용하면 신속한 지급과 충분한 환수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통화에서 "아동수당 지급 기준 작업을 진행하면서 복지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10%, 20%를 선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면서 "여름께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1월 시행되는 스케줄을 고려하면 환수 체계를 마련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맥락의 주장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애초부터 보편 지급을 주장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최근 고소득층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사회연대협력기금'(가칭)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최 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통해 모은 돈을 실직자 등에 긴급 지원했던 사례를 들면서 "민간 차원의 지원이 가능해 훨씬 신속하게 집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수원시, 남양주시 등 전 국민 지급이 시행된 경기도 내 일부 지자체에선 기부 운동이 실제로 시행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정책적 상상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화하긴 어렵겠지만, 이 같은 사회 운동이 호응을 얻으면 환수되는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4.08.dahora83@newsis.com
최 위원은 "재정 당국이 전 국민을 상대로 소득세를 부과한 후 연말정산으로 환급해주는 논리를 복지 제도에도 적용해보자는 것"이라면서 "재난지원금은 소비 위축을 막는 것뿐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달래는, 심리적 안정 등 기대 이상의 여러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국가부채 등 재정 논리만을 내세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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