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겸 프로듀서...엑소 첸·흰(박혜원)과 작업
오늘 '라이크 어 풀' 발표 국내서 활동 신호탄
작곡가 겸 프로듀서 니브(27·NIve·박지수)는 음악으로 마법을 부린다. 느끼는 감정을 회피하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그의 삶의 태도가 노래에 묻어난다. 애써 태연한 척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 그렇게 니브가 만든 곡들을 듣는 순간, 자신의 감정을 애써 버리지 않고도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반짝이는 문을 발견하게 된다.
그룹 '엑소' 멤버 첸의 첫 솔로 앨범 '사월, 그리고 꽃'의 타이틀곡 '사월이 지나면 우리 헤어져요', 가수 흰(박혜원)의 최근 새 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의 동명 타이틀곡처럼 '박지수'라는 본명으로 니브가 만든 곡들이 증명한다.
최근 논현동에서 만난 니브는 "조금 느리거나 우울하거나 마음이 아픈 상황에서 '그럴 수 있지'라는 말들이 더 정서적으로 안정을 준다"고 말했다.
"'힘들다' '아프다'라는 말에 대해 우리는 부정적이잖아요. '참아라' '너 그러면 안 돼' '이겨낼 수 있어' '상담을 받아봐라'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비슷한 경험의 사람이 있는데 별 거 아니다' 등의 말을 쉽게 하죠. 근데 사실 당사자는 그런 힘듦에 공감을 해주길 바랄 뿐이죠. 음악으로 그런 공감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사실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정서적으로 발가벗겨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정보를 주고, 잘 걸어가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힘겨운 세상에서 자신의 부모로부터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말을 들어온 니브는 153줌바스뮤직그룹의 신혁 대표 겸 총괄 프로듀서를 만나서도 이 말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이 회사가 워너뮤직그룹과 합작해서 만든 153엔터테인먼트 소속인 니브는 "누구나 느끼는 크고 작은 감정의 존중에 대해 신 대표님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것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따듯한 시선을 머금은 니브가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으로 국내 데뷔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 프로듀서와 작곡가로서 이미 널리 이름을 알린 그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JMSN, 인도네시아의 떠오르는 스타인 가수 하닌 디야(Hanin Dhiya)와 협업했다. 작년 발표한 싱글 '후 아이 엠(Who I Am)'은 빌보드의 '익스클루시브 월드와이드 프리미어(exclusive worldwide premiere)'에 선정되기도 했다.
니브는 2일 오후 6시 공개한 '라이크 어 풀(Like a Fool)'로 국내에서 정식 활동의 신호탄을 쐈다. 사랑에 대한 막연한 의문과 불신을 갖고 있던 사람이 '바보처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노래했다.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따듯한 감성의 기타 리프가 곡 전반에 자리매김하고 있어 봄을 연상케 한다. 로우파이(Lo-Fi) 팝(Pop) 장르에 R&B 퓨처 베이스가 더해져 사운드는 트렌디하다.
차세대 싱어송라이터 샘김(Sam Kim)이 협업했다. 니브는 샘김의 지난 싱글 '웨어스 마이 머니(WHERE’S MY MONEY)'를 공동 프로듀싱한 인연으로, 샘김과 우정을 쌓아왔다.
작곡가, 프로듀서에 이어 싱어송라이터로서 본격적인 첫 발을 뗀 니브는 한결 편안해보였다. "이전까지는 삶에 대해서 고민도 많고, 불안한 것도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많이 편해요. 이런 안정된 상황에서 데뷔를 하는 것이라 더 기대가 큽니다."
사실 니브는 2014년 브라이언 박(Brian Park) 이름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당시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 6'에 참가, 톱 9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 출전 당시 회자됐던 것은 엑소의 '으르렁'을 불렀던 장면이다. '으르렁'은 줌바스의 신 대표가 작곡한 곡이기도 하다. 그렇게 인연은 시작되고 있었다.
니브는 태어나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그의 어머니는 판소리로 태교를 했다. 이모와 이모부는 성악가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을 자주 들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목관악기인 클라리넷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몇몇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이 호주로 이민을 갔다. 외동이라 외롭긴 했지만 퀸즐랜드 주 골드코스트의 자연환경은 니브에게 다양한 영감을 줬다.
미국 뉴저지로 거주지를 옮겨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2012년 뉴욕 명문 매네스 음대에 클라리넷 전공으로 입학했다. 한국인 최초 미국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이곳 출신이다. 명문 음대다. 니브는 그해 이 곳의 유일한 클라리넷 전공자였다. 그런 그가 대중음악에 관심을 갖고 휴학을 한다고 했을 때 교수들이 뜯어 말리기도 했다.
클라리넷은 따듯하고 온화하며 은은한 음색이 매력적이다. 오케스트라에 섞여 있어도 튀지 않는다. 조화를 중시하는 니브와 닮았다. 그래서인지 프로듀서 니브에 대한 음악가들의 신뢰가 대단하다. 먼저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의중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배려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되도록 가수를 많이 이해해야죠." 최근 따로 만났던 가수 흰(박혜원)도 그런 니브에 대해 무한 신뢰를 보냈다.
관악기는 호흡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악기 중 가장 자연스런 소리를 낸다. 그래서 노래 부르는 것에 가깝다는 평도 있다. 니브가 결국 노래를 부르게 된 것도 그런 인연이 이어진 걸까. "클라리넷은 호흡으로 음을 달랜다고 할까요. 그런 면을 보면 노래도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 같아요."
니브가 음악에 빠져들게 된 것은 소통의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중학교 생활을 할 때 그는 외로웠다. 그런데 선생님이 합창단을 제안했고, 노래를 부르면서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그렇게 도구인 줄 알았던 음악이 지나고보니 자신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음악을 통해 언어를 뛰어넘은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거예요. 그래서 저를 더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에 곡까지 쓰게 됐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세상이 단절된 현재 그가 말보다 강한 음악의 힘을 믿는 이유다.
"신 대표님과도 이야기했는데 음악은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많은 감동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굉장히 큰 어드밴티지죠. 근데 너무 그것이 강력하니 '양날의 검' 같은 면도 존재하죠. 더 메시지를 고민하고 잘 만들어야 하는 이유예요."
진실하면 상대방이 어디에 있든 음악이 잘 전달될 수 있다고 믿는 니브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 자신에게 솔직한 음악을 들은 분들의 하루가 행복하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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