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동학개미운동'이라는 키워드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하락세가 거세지자 이를 투자의 기회로 삼고 주식에 입문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동학개미운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되면서 주식시장에 등장한 신조어다. 이는 코로나19로 증시 폭락이 거듭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맞물리는 상황을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것이다.
20·30대 청년층들은 주로 온라인에서 주식 정보를 공유하면서 여느 때보다 주식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카페 서비스에서 이달 1일부터 27일 동안 '주식'이 포함된 게시글은 11만129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3만8267건)과 비교 시 65.6% 대폭 증가했다.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서도 재테크 게시판에 주식 관련 글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들은 종목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한 질문뿐 아니라 국제유가와 미국 선물 지수, '공포지수'로 대변되는 코스피 변동성지수(VKOSPI), 환율, 투자자별 매매 추이 등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주식에 대해 토론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최근 두 번째 직장에 입사한 배모(28)씨도 이런 분위기에 공감했다. 그는 "최근에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무조건 주식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라면서 "돈을 모으고는 싶은데 은행 금리는 너무 낮아 생각도 못하다가 최근 증시가 많이 떨어져서 장기 투자처로 생각하고 주식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전 직장의 퇴직금을 이용해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들였다.
기존 증권사뿐 아니라 카카오도 증권 사업에 뛰어들면서 비대면 계좌 개설이 쉬워진 것도 젊은층의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주식 초보자, 입문자를 뜻한다) 입성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3월 들어 지난 27일까지 코스피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8조8281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10조94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렇듯 개인들의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거래량뿐 아니라 계좌개설도 대폭 늘어났다.
지난 27일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활동 거래 계좌 수는 총 3059만3754개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주식거래활동 계좌 숫자는 72만7153개가 증가했다.
기성세대가 높은 금리와 부동산 투자로만 재산 증식의 기회를 가졌다면 그들의 자녀인 2030세대들은 높아져 버린 부동산가격과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후 2018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 붐이 일어나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던 이들이 폭락장으로 계기로 코인보다 안전하고 장래성 있는 주식투자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 강모(26)씨는 "요즘 들어 주변 지인들에게 삼성전자 주식을 사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며 "중장년층보다 종잣돈이 적은 또래 세대들이 암호화폐보다 안전하고 은행 예금보다 기대 이율이 높은 주식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 초년생 천모(27)씨는 "예전부터 주식에 관심은 조금 있어서 삼성전자와 코스피,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를 소액을 투자했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반에 투자 규모를 6배 정도 늘렸다"며 "다만,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자주 주식 시세를 확인하며 수익률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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