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인들, 코로나19 패닉…"전세기로 고국가자" 추진

기사등록 2020/03/17 14:31:52

이탈리아 한인회, 전세기 자체 수요조사 실시

프랑스 한국관 "입사생 일시귀국 및 퇴사 권고"

영국 유학생 "아시아인에 무분별 차별 나타나"

[서울=뉴시스] 정윤아기자=이탈리아한인회 최병일 회장은 17일 한인회 홈페이지를 통해 귀국전세기 수요 조사를 한다고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이탈리아내 코로나 19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재이탈리아 한인회는 '특별 차터기-Charter'에 대한 논의로 귀국희망자 예상집계를 하고자 한다"고 했다.(사진=재이탈리아한인회 홈페이지 캡쳐)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 전역에서 급속히 확산되자 유럽 거주 한국인들도 비상이 걸렸다.

17일 뉴시스 취재 결과, 유럽 지역 국가에 유학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일부는 돌아올 방법을 모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가장 심한 이탈리아의 한인회 최병일 회장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귀국 희망자 예상 집계와 함께 전세기 수요 조사에 나섰다. 최 회장은 비용은 본인 부담이며 정부차원의 조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 영국 등 다른 유럽국가에 사는 한국인들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프랑스 파리에서 5년째 유학중인 이모(27)씨는 "마트에 휴지, 물, 파스타 같은 생필품이 없어진지 좀 됐다"며 "현재 생필품 가게 외에는 모두 닫았다. 학교는 무기한 휴교에 들어갔고 회사도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거나 닫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마스크는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다"며 "손소독제는 처방전이 없어도 되지만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일부터 프랑스가 국경을 폐쇄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금 비행기를 찾아보니 대한항공은 표가 없어서 일단 18일 타이항공사를 예매했다"며 "그런데 타이항공사는 (환승할 때) 다 공항에서 잡는다고 한다"고 걱정했다.

프랑스는 지난 16일 저녁(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전역 봉쇄령을 내릴 것이라는 추측 보도가 무성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보름간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뉴시스가 입수한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 '입사생 본국 귀국' 공지를 보면 지난 16일 프랑스 총리실에선 국제대학촌에 '프랑스 외 외국학생인 경우 며칠내로 본국 귀국 권고, 프랑스 내 거주하는 가족이 있을 경우까지 복귀 권고'를 내렸다.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은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프랑스 파리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들에게 안전한 주거공간을 제공을 위해 설립한 기숙사이다.

이에 한국관은 "프랑스 정부 지침(귀국권고)과 의료지원의 변화(경미한 증상의 경우 응급의료 지원에 재한)에 따라, 한국관 거주 모든 입사생들의 일시 귀국 혹은 퇴사를 권고한다"며 "일시 귀국의 경우 귀국 기간동안 기숙사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무관하다"고 공지했다.

영국에서 박사학위 공부 중인 A(38)씨는 공부가 끝나지 않아 우선 거주하는 런던에 계속 있을 예정이지만 우려감은 떨치지 못했다.
[서울=뉴시스] 정윤아기자=17일 뉴시스가 입수한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 '입사생 본국 귀국'공지를 보면  "프랑스 정부 지침(귀국권고)와 의료지원의 변화(경미한 증상의 경우 응급의료 지원에 재한)에 따라, 한국관 거주 모든 입사생들의 일시귀국 혹은 퇴사를 권고드린다"며 "일시 귀국의 경우 귀국기간동안 기숙사비를 지불하지 않으셔도 무관함을 알려드린다"고 공지했다.
A씨는 "한국·아시아 지역 학생들 중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과 확진자 수가 늘어난 것을 경험해 본 아시아가 상황에 더 잘 대처할 것이라고 판단해 고국으로 돌아간 학생도 많다"고 전했다.

A씨는 "마트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현실화되고 있고, 아시아인에 대한 무분별한 차별도 나타나고 있다"며 "마스크와 손소독제의 사용이 한국처럼 일반적이지 않아서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주문했는데 배송이 일주일 넘게 걸리거나 아예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걱정했다.

유럽에서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당장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직장을 그만둬야하는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다.

박모(27)씨는 "돌아갈 비행기표도 구하기 힘들지만 일해야 하니 한국은 못 갈 것 같다"며 "여긴 (현지시간으로 16일) 125명 확진에 3명이 사망했는데 다른 유럽국가처럼 긴박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다만 사람들이 거리에 잘 안 돌아다니고 지난주 토요일부터 마트와 약국을 제외한 가게는 문을 다 닫았다"며 "마스크, 손소독제는 아예 없어서 못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여기 사는 한인들 사이에서 '아시아인이 폭행 당했다', '한국식당이 습격 당했다' 등 카더라 통신이 많이 들린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30)씨도 비슷한 소식을 전했다.

김씨는 "15일(현지시간) 오후 5시에 내각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 4월6일까지 학교, 카페, 술집 등 운영을 전면 중단한다고 했다"며 "대부분의 회사도 이달 말까지 재택근무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아직까진 마트에서 식료품 사는데 문제는 없다. 화장지가 금방 동나긴 하는데 다음날 금방 채워진다"며 "네덜란드는 이런 전염병을 경험한 적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곳의 의료시설 및 서비스가 그렇게 좋지 않으니 걸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여긴 마스크를 쓰는 문화가 별로 없고 마스크를 써도 예방의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 기자회견에서도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는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0일간 EU 회원국으로 들어오는 불필요한(non-essential) 여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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