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서신에 민주당 "선거 개입" vs 통합당 "반가운 선물"(종합)

기사등록 2020/03/05 22:05:05

이인영 "최악의 정치재개 선언…통합당, 과거로 회귀"

금태섭 "정치공학 계산하고 국민들을 쪼개고 있다"

황교안 "통합 중요성 상기…총선 앞두고 천금 같다"

김영환 "중도보수 완벽한 통합의 걸림돌이 제거됐다"

김병준 "이름 팔아 하는 정치 안 했으면 좋겠다는 뜻"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을 낭독 기자회견을 끝내고 취재진들에게 서신을 공개하고 있다. 2020.03.04.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정진형 문광호 기자 = 여야는 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총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이 4월 총선에서 보수 결집을 주문한 것이 선거 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는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이라며 "국정 농단에 반성은커녕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에 전직 대통령이 나선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탄핵 당한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는 묵과하기 어렵다"며 "우리 국민 중에 다시 박근혜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보수는 변화하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준엄히 심판하리라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국정농단의 망령이 다시 살아났다"며 "박 전 대통령이 옥중 입장문을 밝히며 노골적으로 선거개입 의사를 드러냈다"고 가세했다.

조 의장은 "통합당이 친박당, '도로박근혜당'으로 퇴행했음이 명백히 확인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과 통합당에 경고한다. 탄핵과 촛불혁명을 부정하고 국정농단의 부활을 꾀하는 반민주적 반역사적 시도는 반드시 혹독한 국민적 심판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이인영(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3.05. photothink@newsis.com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SNS를 통해 공세를 폈다.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라는 이름엔 ‘국정농단, 탄핵’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붙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정치 유전자 검사 결과서’"라며 "이보다 더 통합당이 박근혜의 유전자가 온존하고 있는 정당임을 확인시켜주는 물증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래통합당은 탄핵당한 박근혜를 구출하기 위해 모인 '미래박통당'의 약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백을 한 것"이라며 "핑크색으로 바꿨다고 통합당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으리라 짐작했지만, 이렇게 빨리 본색을 드러낼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탄핵소추위원이었던 금태섭 의원은 "우리 모두가 고투를 벌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치공학을 계산하고 국민들을 쪼개고 아직까지 자신에게 동정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을 동원하고 있다"며 "국민의 심판,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은데 이어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 할 말인가"라고 질타했다.

금 의원은 "이 편지를 읽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연민도 사라졌다"며 "우리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말하는 방식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우애와 연대로 코로나 19를 극복할 것이고,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왜곡된 정치적 욕망을 완전히 종결시키는 심판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3.05. kkssmm99@newsis.com
미래통합당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분열 말자'라는 해석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조금씩 의견을 달리했다.

황교안 대표는 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전해져 온 박 전 대통령의 서신은 자유민주세력의 필승을 염원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반가운 선물이었다.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 앞에서 결코 분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는 다시 한 번 통합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준다"며 반겼다.
 
그는 "역사적 터닝 포인트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 같은 말씀이라 생각한다"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다. 미처 이루지 못한 통합의 남은 과제들을 끝까지 확실하게 챙겨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영환 최고위원도 "저는 그 과정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보고) 크게 안도했다"며 "이제 중도 보수가 완벽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걸림돌이 제거되고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해당 메시지를 "박근혜 대통령 이름을 팔아서 하는 정치, 또 나를 끌어들여서 하는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메시지에 대해 "나를 더 이상 정치에 끌어들이지 마라, 나를 끌어들여 야권이 더 분열되는 일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들어있다"며 "이를 적극적인 옥중 정치라는 해석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미래통합당 보고 이렇게 해라 이런 얘기는 없지 않나. 주요 요청사항이 누구를 향하냐면 태극기를 드신 분들, 행간에 최근 박 전 대통령 이름을 앞세워 정당을 만드는 분들을 향한 메시지가 강하다"며 "박 전 대통령 이름을 앞세운 분열 상황에 대해 걱정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메시지가 극우 보수세력과 통합의 명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 질문에 "통합 이야기를 강하게 했다면 미래통합당에도 무슨 주문을 했을 텐데, 쭉 읽어보면 통합당이 이 사람들을 잘 합쳐 우리가 잘 가고자 하는 그런 이야기는 별로 없다"고 답했다.

탄핵 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너무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저는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자유공화당 입장에서 (공천 중단을) 당연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은 또 우리 당에서는 받아들이기가 만만치 않다"며 "그런 것까지도 당 지도부가 결정을 빨리 해서 앞으로 보수통합을 완전하게 이루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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