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손목 위까지 올라오는 긴 장갑끼고 훈장 수여
윌리엄 왕세손 "코로나19 감염 의심되면 기침 하라"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영국 왕실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손목 위까지 덮는 긴 장갑을 착용한 채 작위를 수여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전날 아일랜드를 찾은 윌리엄 왕세손은 코로나19에 대한 부적절한 농담을 해 누리꾼들의 거센 질타에 직면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주요매체의 1면은 긴 장갑을 낀 채 버킹엄궁에서 훈장 및 기사 작위를 수여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진으로 뒤덮였다.
여왕은 전날인 3일 훈장 및 기사 작위 수여식에서 장갑을 낀 채 수여자들에 훈장을 달았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같은 행사에서 여왕은 짧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훈장을 달 때 장갑을 벗는 게 일반적이다. 가디언, BBC 등은 이번 여왕의 모습을 두고 '이례적(unusual)'이라고 표현했다.
버킹엄궁은 여왕의 장갑 착용이 '코로나19와 관계가 있냐'는 질문에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왕실 잡지의 편집장은 "여왕이 수여식에서 장갑을 끼는 건 드문 일이다"면서도 "그러나 그가 94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명한 예방책을 택한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도 전했다.
한편 전날 윌리엄 왕세손은 코로나19의 여파를 비웃는 듯한 농담을 해 뭇매를 맞고 있다.
2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와 아일랜드 더블린을 찾은 윌리엄 왕세손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같다면 기침을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너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곧 죽을 거다'라고 말하면 당신은 '아냐, 나는 그냥 기침을 한 거다'하며 해명하게 될 거다"고 덧붙였다.
윌리엄 왕세손은 "지금 코로나19에 너무 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미디어에서 과장되고 있지 않나?"라며 "그런데 왕세손과 왕세손비가 코로나19를 퍼트리고 있는 거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미안하다. 우리는 계속 추적 감시하고 있으니 (투어를) 그만 둘 필요가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윌리엄 왕세손의 발언이 공개된 후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영국인들은 진심으로 코로나19를 걱정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일부 증상인 기침을 두고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농담을 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게 바로 영국인들이 윌리엄 왕세손보다 해리 왕자를 좋아했던 이유다"며 그를 비난했다.
데일리미러 등은 두 사람이 아일랜드 일정을 소화하며 수십 명의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다고 전했다. 또 3일 동안 꾸준히 악수와 포옹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3일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12명이 증가하며 총 51명으로 늘었다. 정부는 이탈리아발 코로나19의 확산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코로나19 대처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필요한 경우 군인들을 투입해 경찰을 지원하는 내용이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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