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깬 김정은, 잇단 타격훈련 지도…내부 결속, 자위력 강화

기사등록 2020/03/03 18:14:42

金 "인민군대는 전투력 부단히 강화해야"

당 전원회의 '자위력 강화' 기조 연장선상

'정면돌파 기조 굳건' 보여주며 결속 도모

SLBM·ICBM 등 전략무기 개발 계속될 듯

[평양=AP/뉴시스]북한 당국이 제공한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북한 내 지역명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실시된 군사훈련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강원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2020.03.03.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흘 만에 타격훈련을 두 차례 진행하며 내부 기강을 단속하는 한편 정면돌파전 수행 의지를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일 인민군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장을 찾았다고 3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감시소에서 훈련계획 보고를 청취하고 훈련을 지도했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면서 대외 행보를 줄였던 김 위원장은 사흘 만에 다시 사격훈련 지도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에도 인민군 부대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한 바 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사격 개시 명령에 "하늘땅을 뒤흔드는 요란한 폭음 속에 섬멸의 방사탄들이 목표를 향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훈련을 지켜본 뒤 '대만족'을 표시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도 훈련 현장에서 별도의 대미·대남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격 개시 명령에 "하늘땅을 뒤흔드는 요란한 폭음 속에 섬멸의 방사탄들이 목표를 향해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고 밝혔다. 2020.03.03. (사진=노동신문 캡처) photo@newsis.com
대신 김 위원장은 인민군 장병들을 향해 자위력 강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는 조국의 하늘과 땅, 바다를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게 철저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자기의 전투력을 부단히 강화해나가며 우리 당의 혁명 위업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자위력 강화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중심의 정면돌파전과 이를 군사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국방건설 및 전략무기 개발을 시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전원회의의 정면돌파전 기조가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화된 대북제재에 전염병까지 겹쳐 자력갱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면돌파전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고 군의 사기를 진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앞으로도 전원회의 기조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전략무기개발 노력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공개한 훈련 사진에 따르면 전날 발사한 무기는 600mm급 초대형방사포일 가능성이 높으며, 지난해보다 성능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19.11.29.  photo@newsis.com
북한은 초대형방사포의 연발 간격을 줄이기 위한 시험을 4차례 진행해왔는데 이를 이번에 20초로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험사격이 아닌 포병부대의 훈련에 초대형방사포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실전배치 단계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련의 흐름을 감안하면 북한은 앞으로도 지난해 완성하지 못한 신형 단거리 전술무기의 기술력을 계속해서 높이는 한편,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제 앞으로는 신형 전술지대지(에이태큼스형),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에 대한 시험발사가 이뤄질 수 있다"며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술무기를 언급한 이상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3형의 잠수함 발사도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2일 동해 원산만 수역 바지선에서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북극성-2형이 바지선 수중 발사 후 잠수함 발사로 이어진 전례가 있어 북극성-3형도 같은 패턴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뉴시스】조선중앙TV는 지난 2일 오전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의 잠수함탄도탄(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2019.10.03. (사진= 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김 교수는 또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동창리에서 2차례 실시한 엔진시험도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김 위원장이 참석한 엔진시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엔진이 무엇이든 간에 새로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연관된 것일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엔진 실험 이후 10월10일 당창건 75주년 퍼레이드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ICBM급 미사일을 가지고 나오는 것 역시 전원회의에서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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