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 4년만에 뒷걸음질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국내 경제 성장세가 전반적으로 둔화하면서 명목 국민총소득(GNI)이 IMF 외환위기를 겪은 지난 1998년 이후 가장 적게 늘어난 영향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더 싸늘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돌입한 이후 2017년 3만달러 대열에 진입하기까지 무려 11년이 소요됐는데, '4만달러' 고지를 넘어서려면 이보다 한참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1인당 국민소득 감소, 체감경기 얼마나 팍팍해졌나
3일 한국은행의 '2019년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2047달러로 1년 전보다 4.1% 감소했다. 2015년(-1.9%) 이후 4년 만에 처음 감소한 것이다.1인당 국민소득은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1인당 GNI 3만달러'가 되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2017년 3만1734달러로 처음 3만달러대에 진입했다.
1인당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서 벌어들인 명목 국민총소득(GNI)을 통계청 추계 인구로 나눠 원·달러 환율을 반영해 산출한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5.9% 상승해 달러화로 환산되는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내렸다. 환율이 하락할 때에는 1인당 국민소득을 늘리는 데에 도움을 주지만 지난해에는 반대로 작용한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소득 감소 요인을 환율 상승 탓으로만 돌리기엔 아쉬움이 크다. 1인당 국민소득의 기반을 이루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명목 GNI 등 모든 지표들이 부진해졌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환율 요인을 배제하고 원화 기준(3735만6000원)으로 봤을 때 1년 전보다 1.5% 증가했는데, 이 역시 지난 1998년(-2.3%)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였다.
명목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1.1%에 그쳐 1998년(-0.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명목 GDP 증가율 둔화가 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IMF 위기 이후 3%대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명목 GDP는 그해 물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체감 경기에 더 가깝다. 그만큼 체감 경기가 악화됐다는 얘기다.
명목 성장률이 낮아진 주요인은 실질 GDP 증가율(2.0%)이 10년 만에 가장 저조해진 가운데 물가가 큰 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포괄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지난해 -0.9%를 나타내 IMF 외환위기 이후였던 1999년(-1.2%)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부진한 성장세는 손에 쥐는 소득도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국민총소득도 1998년(-1.6%) 이후 가장 낮은 1.7% 증가에 그쳤다.
박성빈 한은 국민계정부장 "국민소득 증가세가 낮아진 이유는 명목 GDP 증가율이 둔화한게 이유"라며 "지난해 경제성장률 자체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전반적인 대외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1년 전보다 둔화된 경향이 있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명목 기준 수출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4만달러 시대 도래까지 얼마나 걸릴까
1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 유지할 경우 10년 내에 국민소득 4만달러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도약을 위한 조건' 보고서에서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일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은 2027년 4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성장세가 지속 둔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4만달러 진입 시기는 더 늦춰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 기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9~2020년 2.5~2.6%로 2016~2020년중 수준(2.7~2.8%)보다 약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잠재성장률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정부 재정에 힘입어 가까스로 2.0%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경제적 충격으로 벌써부터 2%대 달성이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신용평가사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2% 안팎으로 잇따라 낮춰잡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4만달러 달성 시기를 추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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