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규정 사실상 채무만 상속
서울중앙지법, 직권 위헌 제청
헌재 "재산권 침해 안해" 합헌
헌재는 27일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에 대한 위헌제청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상속 순위에 대해 1순위 직계비속(자녀·손자 등), 2순위 직계존속(부모·조부모 등),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규정한다.
헌재는 "4촌 이내 방계혈족의 개인적 사정 등 주관적 요소를 일일이 고려해 상속인의 기준을 법률에 규정하기 어렵다"며 "이런 요소를 고려해 상속인 기준을 정할 경우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예방한다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속인이 없는 재산의 경우 법정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면서 "해당 민법 조항은 4촌 이내 방계혈족을 상속인에 포함시켜 혈족 상속을 최대한 보장하고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민법 조항은 순위를 피상속인의 4순위로 정하고 있을 뿐, 상속 효과를 확정적으로 귀속시키지 않는다"며 "민법은 상속 효과를 귀속 받을지 여부에 관한 상속인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상속인에게 예측되지 않는 부담을 막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4촌 이내 방계혈족을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 상속인으로 규정한 것이 자의적인 입법형성권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개인적 사정으로 기간 내 상속포기를 못해 채무를 변제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입법형성권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용보증기금은 2017년 6월 망인에 대해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 채권 8200만원이 존재한다며 구상금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순위 상속권자인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상속을 포기하고, 2순위 상속권자인 직계존속은 모두 사망한 사실이 파악됐다.
이에 3순위 상속권자인 망인의 형제를 상대로 피고 표시 정정 신청 등을 했으나 망인의 형제 역시 소송 제기 2개월 전 상속을 포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신용보증기금은 4순위 상속권자인 망인의 4촌 형제 A씨 등 9명이 구상금 채무를 상속했다는 이유로 이들에 대해 망인의 구상금 채무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 취지·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5월 상속순위가 4순위에 불과한 4촌 이내 방계혈족들에게 사실상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은 경우에만 상속인이 되도록 강제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재산권 또는 행복추구권 침해 염려가 있다며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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