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직원들 '한진칼 주식 10주 매수' 나서...조현아 연합 비판

기사등록 2020/02/24 15:31:23

대한항공 한 직원, 사내 익명게시판에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

"3자 연합은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코로나 같은 세력"


[서울=뉴시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2019.12.26.(사진=한진 제공)

[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3자 연합(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다음 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진그룹 직원들이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에 나섰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의 사내 익명게시판 소통광장에는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판은 대한항공 직원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도주주다'라는 작성자는 지난 21일 "W 회장(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우호지분과 3자 연합의 지분 비율이 38.26%대 37.08%"라며 "(한진 직원들도) 한진칼 주식을 단 10주라도 사서 (조 회장 측에) 보탬이 되자"고 제안했다. 또 3자 연합에 대해 "우리 회사를 병들게 만드는 저 코로나 같은 세력"이라고 지칭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 작성자는 3자 연합에 대해 "적당히 차익이나 챙겨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려는 투기꾼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시스]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 소통광장에 지난 21일 올라온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사진: 대한항공 사내 익명게시판 캡쳐) 2020.02.24.

이어 "3자 연합이 계속 한진칼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 데 이러다 회사 넘어갈 거 같다"며 "그들의 탐욕과 본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아주 도둑놈 같은 놈들, 회사를 병들게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오로지 차익실현이 목적인 투기세력, 유휴자금 활용처를 찾던 건설사, 상속세도 못 낼 형편이었던 전 임원"이라며, "이들의 공통 분모는 그저 돈, 돈일 뿐"이라고도 비판했다. 

또 "돈이면 다 된다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이 회사에 오면 당연히 이 사고방식에 근거해서 회사에 개입할 것"이라며 "돈이 된다면 사람 자르고, 투자 줄이고, 미래 준비고 뭐고 없는 것"이라고 우려하며 "우리 직원들도 한진칼 주식을 단 10주씩이라도 사서 보탬이 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이 IMF 당시에 금 모으기 운동으로 나라 구하기에 동참했던 것처럼 우리도 한번 하자"며,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을 IMF 당시 금모으기 운동에 빗대기도 했다.

이 글에 다른 한진그룹 직원들은 대부분 동참하거나 찬성한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한 직원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투기 야합세력이 우리의 터전을 뒤흔들려는 작태를 눈뜨고 당할수는 없다"며 동참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직원은 "평생 대한항공에서 일하며,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다"며 "자녀들 키우고 가정이룬 우리회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100주 사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노조나 누군가 공식적으로 주도해 줬으면 한다", "KCGI가 이기면 이익만 취하고 도망갈게 눈에 훤해서, 무조건 동참한다", "바로 20주 샀다"는 등 동참 의견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 17일 대한항공·㈜한진·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3사 노동조합이 공동 성명을 통해 "조현아 3자 연합이 벌이는 해괴한 망동이 한진 노동자의 고혈을 빨고 고통을 쥐어짜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한진그룹 내부 분위기는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50년간 함께 일군 회사를 항공업에 대한 이해도 조차 낮은 투기 세력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며 "조원태 회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많이 보여줬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성 있는 리더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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