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는 지났지만…83번 무증상 전파 가능성
질본 "집단발병 추정하지만 전문가 검토 필요"
의학계는 무감염 전파 공시화…"방역대책 전환"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21일 오후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정례브리핑을 통해 83번째 환자(65세, 남성)는 무증상 상태에서 지난달 28~31일 종로구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했고 같은 시간대 식사한 29번째(82세, 남성)·56번째(75세, 남성)·136번째(84세, 남성) 환자 3명에게 전파했다는 추정 감염경로를 밝혔다.
◇당국 여러 차례 '무증상 전파 없다' 확언했지만 뒤집어져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29번째 환자(82세, 남성) 확진 당시부터 무증상 전파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됐다. 감염원이나 감염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무증상 감염 및 전파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역시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바 있다. 31번째 환자를 '슈퍼전파자'로 특정하기는 이르지만 이후 신천지 대구교회 확진자들의 증상발현일과 감염경로가 모두 제각각이라는 보고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20일까지 무증상 감염되더라도 남에게 전파하는 사례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왔다.
중대본은 앞서 확진자 28명에 대한 감염 상황을 분석한 결과 "무증상이었던 확진자가 3명 있었지만 무증상 상태에서 2차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정은경 중대본부장은 지난 18일에도 29번과 31번 환자 발병일 기준으로 2주간 행적을 조사하는 이유에 대해 "환자의 잠복기를 봤을 때 2주 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기 위한 것"이라며 "무증상 감염에 대한 가능성 부분과 연관이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과 전파를 공식 인정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은 과학적 사실"이라고 말하면서 공식화했다.
이미 중국 우한에서 독일로 후송한 독일인 126명 중 무증상자 114명을 대상으로 PCR 검사와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배양된 양성 환자가 2명 발견됐다는 이유에서다.
오 위원장은 "무증상 전파는 감염병 학술지(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감염자가 생긴 가족 클러스터에서 증상 없는 가족이 다른 가족에게 전파를 시킨 사례가 이미 보고돼 있다"며 "증상이 없어도 전파는 가능하지만 증상이 발생한 후 전파 동력이 유행을 끌고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본부장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도 "28명 중 무증상 환자가 2명으로 무증상 감염자가 전파력까지 있다는 것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데이터도 무증상 감염자가 2차 감염을 일으킨 적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방역당국은 현재 노인복지회관과 명륜교회 전체 신도 명단을 조회해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83번째 환자 역시 이같은 조사 과정에서 확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고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교회와 노인복지관 특성을 고려하면, 무증상이었던 83번째 환자나 또 다른 환자를 통해 추가적인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다만 83번째 환자가 예배를 한 것은 1월26일이고, 노인복지관을 방문한 시점 역시 1월28~31일이어서 잠복기(14일)는 지난 상태다. 일각에서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새로운 '슈퍼전파지'가 될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당국은 추가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본부장은 "잠복기를 고려해서 1월28일 이후에 (83번 환자에게) 어떤 노출력이 있을 것으로 잠정 추정해서 집단발병이라고 일단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은 전문가들과 검토를 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 전파가 가능하다면 방역대책 전환이 불가피해진다. 무증상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면 드러나지 않은 감염원을 추적하기 더 어려워지게 된다. 방역당국은 지금까지 증상이 발현된 이후 바이러스가 전파된다고 보고 역학조사를 해왔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지난 20일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국내 환자 28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코로나19는 증상 초기 단계부터 바이러스 배출량이 높은 데다 상기도에서 나와 기침을 통해 쉽게 전파되리라 본다"면서 "(초기에) 증상이 경미하거나 무증상이라, 코로나19 진단을 받기 전 지역사회 감염과 확산이 가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잠복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에 방역 대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까지 무증상인 환자는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도 거부해 여러 의심환자들이 발길을 돌렸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은 "집회 자제와 휴교, 재택근무 등으로 사람 간 거리를 넓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를 늦춰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환자 수 증가를 늦춰야 의료기관도 병실과 시약 등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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