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발언 들은 봉준호 "어떻게 하시는 거에요?"
"기승전결 마무리에 글 쓰는 사람으로 충격에 빠져"
송강호 "음식은 우리 민족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어"
빈부격차 현실 보여준 '짜파구리' 맛보기로 올라
봉준호 지인 행정관도 참석…"결혼 비디오도 찍어"
봉 "이 배우 누구?"…김 여사 "사랑의 불시착서 봐"
김 여사 "저도 계획 있어…바로 대파 짜파구리"
송강호 '넘버3' 출연작에 문 대통령 각별한 애정
"정말 연기 굉장해…크게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
20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첫 마디였다. 봉 감독은 "바로 옆에서 대통령님이 길게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봉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배우 20여명은 이날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봉 감독에 앞서 1700여자 분량의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팀의 수상을 축하하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했다.
또 문화 예술계의 불평등 문제 해소를 위한 배급 상영 유통구조 개선의 필요성과 함께 스크린 상한제, 근로 환경 개선의 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막힘없이 발언을 이어 나갔다.
봉 감독은 "너무나 조리 있게 정연한 논리의 흐름과 완벽한 어휘를 선택하시면서 기승전결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격에 빠져있는 상태"라며 다시금 놀라움을 표출했다.
봉 감독은 그러면서 "영광스럽게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좋은 자리에서 대장정을 마무리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배우 송강호 씨도 마이크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기 전 송 배우와 환담을 나누는 등 후보 시절에도 송 배우와 만남을 갖곤 했다.
또 "2년의 긴 마지막 행사다. 참으로 뜻깊은 자리가 자연스레 된 것 같아 더 뭉클한 감동이 있다"며 초청에 감사함을 표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올랐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각각 하나씩 넣고 스프를 적당한 비율로 섞으면 매콤한 짜장라면이 되는데, 이걸 '짜파구리'라고 한다.
영화가 정점으로 향하기 직전 호화스러움의 끝을 보여주는 소고기 부채살을 넣은 짜파구리가 등장한다. 이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두 하층 계급 가족(짜파게티와 너구리)과 상층 계급 가족(소고기)이 곧 뒤엉키게 될 거란 걸 예견하는 장치이자, 빈부 격차를 실감나게 보여준 소재라고 분석한다.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소재의 동원전통종합시장을 찾았던 김 여사는 이연복 셰프와 함께 재료를 구입했다.
김 여사는 "저도 계획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우 송강호의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김 여사는 "어제 오후 내내 조합을 한 짜파구리"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역 경제와 재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중식 대표 셰프인 이연복 셰프에게 짜파구리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들었다"며 "소고기 안심은 너무 느끼할 것 같으니 돼지고기 목심을 썼다. 그리고 대파다. 저의 계획은 대파였다. 이게 (청와대의) ‘대파 짜파구리’"라고 소개했다.
이에 봉 감독은 "사실 짜파구리 한 번도 안 먹어보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농담을 건넨 뒤 "맛있다"고 호평했다. 김 여사는 "여기 유명하신 여러분들 덕분에 대파 소비가 늘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당시 주인공이었던 송 배우는 영화 마지막 신에 대해 "촬영 초반에 찍은 것이었다"며 벼 수확 전에 찍어야했기에 영화 촬영 초반에 세 가지 버전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이 "기생충에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그런 장면을 찍은 장소는 미리 기억을 해두는 것인가"라고 묻자 봉 감독은 "장소 헌팅팀을 조직한다"며 시나리오에 있을 법한 장소를 샅샅이 훑는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송 배우의 출연작 '넘버3' 영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출연작 중 나는 제일 좋았던 게 옛날 무명시절 ‘넘버3’의 건달 역할이다. 정말 연기가 굉장하더라"며 "나는 크게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을 받았다. 그런데 (송 배우) 경력에는 그게 잘 안 나오더라"고 말했다.
송 배우는 "전혀 보지 못했던 연기를 하니 특이한 배우, 이상한 배우가 나타났다고 화제는 되긴 했다"며 "그런데 한 20년이 넘다보니 ‘넘버3’라는 영화를 알 만한 사람은 아는데 젊은이들은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오찬 후 문 대통령과 기생충 제작진 및 출연진은 본관의 대통령 집무실 및 접견실을 구경했다. 단체촬영 이후, 문 대통령은 기생충팀을 녹지원 앞 다리까지 배웅한 뒤 오찬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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