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김용균법에 김용균 없다…노동자 보호 못해"

기사등록 2020/01/15 12:16:00

산언안전보건법 개정안 16일 전면 시행

"김용균 했던 일, 외주화 금지 포함 안돼"

김미숙 이사장 "우리나라 안전 미개해"

"신경 조금 썼으면… 억울해 미칠 지경"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민주노총, 김용균 재단 등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0.01.15. mspark@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28년 만인 지난 2018년 전면 개정안이 통과돼 오는 16일 시행이 예고된 가운데, 노동계가 이 법이 정작 고(故) 김용균씨가 했던 업무를 외주화 금지 대상에서 빼는 등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됐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행을 앞둔 산안법 개정안은 김씨 사망 사건이 계기가 돼 지난 2018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린다.
 
민주노총, 김용균재단 등 40개 단체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2018년 12월 청년 하청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투쟁으로 산안법이 개정됐다"며 "그러나 이 개정안으로는 구의역 김군도, 김용균도 조선하청 노동자도 보호받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박세민 금속노조 노안실장은 "내일이면 전면 개정된 산안법이 시행되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 법이 모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산안법 개정안에는 김씨가 했던 전기사업설비의 운전·점검 업무를 비롯해 노동자들이 하는 대부분의 업무가 도급 금지 대상이 아닌 방향으로 법안이 마련됐다.
 
박 실장은 이 개정안에는 처벌 조항도 제대로 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 실장은 "기존 산안법에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사업주에게 작업 중지 등을 강제할 수 있는 행정권한이 있었다"며 "그러나 전면 개정된 산안법에는 행정명령조차도 극도로 축소돼 있어 쓰레기 같은 법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개정안에서는 만약 500톤 크기 설비에 노동자가 깔려 죽으면, 해당 작업장에서 500톤 크기 설비만 작업을 중지할 수 있다"며 "200톤이나 2000톤 크기 설비는 중지시킬 수 없는 부족한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김씨의 모친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참석해 발언했다. 김 이사장은 "아들이 사고 나기 전까지 낭떠러지나 깊은 물, 위험 물질 등을 나만 조심해 피해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아들 사고 이후로는 우리나라 안전 수준이 얼마나 미개한 후진국 수준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산업 현장은 상상 이상으로 더 위험하다"며 "조금만 비용을 들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으면서도 이를 하찮게 여긴 정부를 생각하면 억울해 미칠 것 같다"고 밝혔다.
 
유희민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 비정규직지부 사무국장은 "옥상을 뛰어다니고 지붕을 걷고 담을 넘으며 방송과 TV, 인터넷 설치 일을 하고 있다"며 "바로 일주일 전에 옥상에서 저와 같은 일을 하던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위험한 업무를 우리는 30분 내에 해야 해 밥도 굶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일해도 무슨 일만 나면 비정규직 하청업체는 본청 탓, 본청은 하청 탓을 하며 정작 문제 해결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5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은 '인권위 권고 이행하고, 위험의 외주화 금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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