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사장, 미국서 'CEO 데뷔전'
"11월 블프 영향에 4분기 이익률 악화해"
"스마트폰 및 전장은 내년 흑자전환할 것"
"건조기 사태 사죄…본질적 문제는 아냐"
"롤러블 만드는 회사지만 폴더블 안 해"
[라스베이거스=뉴시스] 고은결 기자 =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CEO(최고경영자)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적자 사업, 실적 악화 등 '난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밝혔다.
권 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4분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배경에 대해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은 11월이 되면 블랙프라이데이 영향으로 연중 최저 가격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다"라며 "따라서 이익률 관점의 악화는 어쩔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87.4% 감소했다.
권 사장은 "1년 간 사업을 하면서 4분기에 일시적으로 악화하는 추세를 보여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4분기에 일시적으로 나빠져도 1분기에 호전되는 모습을 봐왔으니 본질적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 전장 사업의 턴어라운드는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봤다. 권 사장은 MC(스마트폰)/HE(TV)사업본부장을 지낼 때도 스마트폰 사업의 흑자전환 시기를 2021년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스마트폰 사업의 턴어라운드는 2021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라며 "지금도 일정이나 목표에는 변화가 없고 제품 경쟁력, 라인업 변화, 새로운 시장 선도 상품 출시 등을 고려하며 2021년도에는 턴어라운드 한다는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TV 전쟁 일단락?…"CM 기준 맞춘 삼성 환영해"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LG전자의 주력인 TV, 가전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LG전자는 그동안 8K TV의 화질 기준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삼성전자가 최근 8K TV CM 값 50%를 넘긴 것과 관련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당초 삼성전자는 "8K TV의 화질에 대해선 화소수를 비롯해 밝기,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며 CM 값이 50%를 충족해야 한다는 LG전자 측의 공격에 맞서왔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측이 8K UHD 인증 요건 중 하나로 '화질 선명도(CM) 50% 이상'을 제시하자, 규정에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양사의 '8K 신경전'은 일단 수그러든 모양새다.
박형세 HE사업본부장(부사장)은 "경쟁사가 드디어 CM 값을 50%를 넘겨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인증을 받았다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한국의 초일류 TV 업체들끼리 경쟁하면서 어느 정도의 표준은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8K 화질 논란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내세울 차별점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화질, 디자인, 음질 등 세 가지 요소로 경쟁하고 있다"라며 핵심 기능 강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던 롤러블(돌돌 말리는) TV의 상용화 시기는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3분기에는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롤러블 TV 출시가 늦어진 것은 올레드의 수요 대비 공급이 타이트했고, 제품 내구성 신뢰성 확보에 좀 더 시간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건조기 사태 진심 사죄…본질적 문제는 아냐"
권 사장은 지난해 LG전자를 긴장케 한 '건조기 사태'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이든 간에 고객들이 불편 느끼는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보호원이나 여러 정부기관에서도 고객들이 불편함 느낀 것은 건조기 핵심 기능과는 무관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건조기가 (구동이)된다 안된다가 아니라, 건조기 내부 청결 상태가 어떠냐는 점에서 광고와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며 "본질적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건조기 등을 '신가전'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경쟁사의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는 건조기를 팔면서 신가전이라 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건조기가 일반적으로 보급되지 않았었다"라며 "마케팅적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식물재배기 등 신가전을 선보였다.
◇"폴더블폰 시장성 물음표…로봇은 '일상' 초점 맞춰 사업 전개"
이날 권 사장은 LG전자의 새로운 폼팩터에 대한 접근 방식에는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출시 가능성에 대해 그는 "롤러블 TV가 있는 회사가 왜 폴더블을 하지 않을까.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LG전자는 폴더블폰의 시장성에 물음표를 달지만 경쟁업체는 시각이 또 다르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존에도 폴더블 스마트폰 대신 두 개의 화면을 이어 붙일 수 있는 듀얼 스크린을 선보였다.
그는 이어 "경쟁사에서는 또 다른 폴더블폰이 나온다는 데, LG전자는 좀 더 혁신적이고 프리미엄 시장에 변화를 줄 만한 것으로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로봇 사업과 관련해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방향의 로봇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산업은 수요가 일정하지 않고 빠르게 사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 'CES 2020'에서 선보인
권 사장은 "그동안 여러 로봇 업체를 인수하기도 하고 기반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협력업체 기술을 종합해 아마 하반기 정도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익 기반 성장 추진…"디지털 전환이 키(Key)"
LG전자 새 사령탑이 된 권 사장은 수익 기반의 성장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권 사장은 LG전자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초석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권 사장은 "인스턴트 푸드를 조리할 때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조리법이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전송되는 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예"라면서 "개별 디바이스들이 개방적 관점에서 스마트화돼야 하며, 고객 가치를 높이는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다양한 하드웨어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게 LG전자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이란 설명이다. 권 사장은 이번 CES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테마에 대해서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중심으로 봤는데, 보쉬에서 커넥티드홈에 대한 연결 솔루션을 내놓은 것을 관심 있게 봤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의 핵심 기술이 될 인공지능 전략에 대해서는 박일평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가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소개한 AI 발전 4단계 중 2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CTO가 소개한 AI의 발전 단계는 인공지능 발전 단계는 ▲1단계 효율화(Efficiency) ▲2단계 개인화(Personalization) ▲3단계 추론(Reasoning) ▲4단계 탐구(Exploration) 등 총 4단계로 구성돼 있다.
권 사장은 "1단계에서는 각종 영상이나 지역 정보가 많은 글로벌 업체와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2단계부터는 업체 간 차별화 전략을 추진한다"라며 "2단계에서는 각 회사가 구현하는 기능들로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CEO 취임 이후에는 처음으로 CES를 찾은 권 사장은 "CEO가 돼서 CES를 오니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백화점을 투어하는 느낌이다"라며 "과거에는 가보지 않은 곳을 가는 느낌이기 때문"이라며 무거워진 책임감을 내비쳤다.
권 사장은 또한 "(올해 CES에) 같은 제품이 너무 많이 전시돼 있다고 느꼈다"라며 "기술적 차별화를 빠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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