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합의하기도 전 필리버스터 철회 방침…의원 다수 반발
"지금 합의안대로라면 상대한테만 꽃길을 깔아준 것 아니냐"
"굳이 공식화해서 철회할 필요 있나" "철회라는 표현 거부감"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마친 후 필리버스터 철회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산안을 3당 간사가 논의 중이고 예산안이 합의되면 다른 모든 것들이 잘 풀려나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합의 될지 안 될지는 협의하는 간사에게 다시 이야기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안과 관련해 "그동안 4+1체제에서 어떤 일을 해놓았는지 파악하고 우리 당이 예산안을 합의처리할 상황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검토해야 다음 단계를 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예산안 합의가) 안 됐을 때 어떻게 할지는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필리버스터 철회에 관한 의원들 반발 여부에 대해선 "반대 의견도 있고 찬성 의견도 있었다"고만 짧게 답했다. 필리버스터 철회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심 원내대표는 "이게 가 합의니까, 초안이니까"라며 합의를 번복할 여지를 남겨뒀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1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 여부에 대해 "그렇다. 당연하다"며 "예산 처리 전제 아래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 심사에 돌입하는 것 아니겠나. 그 내용 자체가 예산안 합의 처리 전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예산안) 합의만 되면 처리된다"며 "(본회의 전까지)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앞서 심 원내대표는 원내 지휘봉을 잡자마자 국회에서 문희상 의장 주재로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심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상정하지 않는 대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 같은 합의안을 이날 의총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의결에 부칠 예정이었다.
당초 잠정 합의문에는 예산안 심사를 이날 당장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예결위원회 간사가 참여해 논의해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지난 11월29일 상정된 본회의 안건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신청을 의원총회 동의를 거쳐 철회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잠정 합의안에 대해 한국당의 많은 의원들이 필리버스터 철회에 거부감을 갖고 잇따라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 처리는 미리 공식화할 필요 있나, 내일 우리가 그냥 말 안 하고 철회하면 되는건데 굳이 공식화해서 철회할 필요 있나,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비공개 의총 분위기를 설명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필리버스터) '철회'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등의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한 3선 의원은 필리버스터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냐는 기자들 질문에 "여러 의견이 있다"며 "철회라는 표현은 다들 좀 거부감을 많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 4선 의원은 "지금 합의안대로라면 상대한테만 꽃길을 깔아준 것 아니냐"며 "굳이 철회부터 해줄게 뭐 있나. 어차피 정기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못할건데 반대하는 분들 많고 잘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결국 패스트트랙 법안 등에 대한 필리버스터 철회 여부를 두고 상당수 의원들이 '철회' 대신 '보류' 쪽으로 기울면서 이날 의결 절차는 밟지도 못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날 오후 여야 교섭단체 회동에서 합의한 법사위를 열고 데이터3법 등 계류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법사위 개의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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