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나토는 YPG를 테러집단으로 인정하라, 안 그러면…"

기사등록 2019/12/03 23:00:56

터키 대통령도 트럼프 못지않게 프랑스의 마크롱에게 큰 불만

[앙카라=AP/뉴시스] 터키의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3일 런던 나토정상회의로 떠나기 전 쿠르드족무장대 관련 '대 나토 강경' 발언을 하고 있다.  2019. 12. 2.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토가 시리아 쿠르드 무장조직을 테러 집단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나토의 폴란드 및 발틱 3국 방어 계획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런던으로 떠나기 전 한 발언으로, 같은 시각 이미 런던에 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동맹인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사정없이 힐난한 사실과 함께 29개국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동맹체 나토의 분열상을 드러내주었다.

나토는 헌장 5조에 한 회원국이 외부의 침략을 받으면 나머지 전 회원국이 일사불란하게 침략전 분쇄에 동참하기로 명기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2017년 5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의 간곡한 호소에도 이 대원칙에 대한 헌신을 천명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5조에 대한 회의적 태도가 다소 수그러진 가운데 나토는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이 지극히 높은 폴란드와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4개국에 대한 피침 비상시 동맹국 전원의 격퇴전 합세 방침을 정상회의에서 보다 명백하게 선언할 방안이었다.

이를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문제시하고 훼방 놓을 의중을 밝힌 것이다. 에르도안이 이처럼 나토에 '삐뚜러지게' 나오고 있는 데는 또 하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격 당한 지난달의 '나토 뇌사' 발언 당시 인터뷰에서 동맹 터키의 예측불가능한 행동을 미국 트럼프 정부의 리더십 거부와 함께 나토 쇠약의 한 증상으로 지적했다.

터키가 10월9일 시리아 쿠르드족 주축의 시리아민주군(SDF)과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기 위해 시리아 북동부 국경을 침입할 때 나토 동맹들과 아무런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토는 테러 집단 이슬람국가(IS) 세력의 퇴치에 매진하면서 시리아 쿠르드 무장대와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강력히 비난 받을 행동이라고 마크롱은 말했다.

마크롱의 이 지적이 알려지자 에르도안은 "뇌사 상태에 빠진 것은 마크롱이다. 그는 병적이고 얄팍한 관념에 잡혀 있따"고 반박했다. 트럼프가 이날 런던에서 마크롱을 나라 경제도 망치고 항의 시위가 끊이지 않는 처지에서 나토 뇌사라는 마크롱 자신에게 위험한 발언을 했다고 힐난하기 전에 에르도안이 먼저 마크롱에 태클을 걸었던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난달 비난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에르도안이 극도로 혐오하는 시리아 쿠르드족의 YPG 인사를 파리에서 만났다. 이에 에르도안은 런던으로 떠나면서 쿠르드 관련 경고를 날리면서 나토 분열상의 한 모습을 노정했다.  

한편 에르도안과 마크롱은 3일 나토 정상회의 회동 후 영 여왕 만찬 전에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 및 독일의 엥겔라 메르켈 총리 등과 함께 시리아 사태에 관한 4국 정상회담을 갖는다.

현재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 침입전 때 함락시킨 시리아내 쿠르드족 도시들에 대한 통제권을 미국 및 러시아로부터 인정 받고 있으나 시리아 정부와는 이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또 북서부 이들립주에서도 터키는 휴전 감시를 이유로 군대를 파견해 시리아와 갈등이 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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