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차장 무조건 개방하라고?" 교육계 일제히 반발

기사등록 2019/11/26 18:03:17

교육감협·교원단체 등 반대 입장 줄줄이 발표

"학생안전 방치…추진 중인 '민식이법'과 상충"

"학교 결정 사항…주차난 책임 떠넘겨선 안돼"

【서울=뉴시스】서울시교육청은 추석 연휴를 맞아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학교 내 운동장 및 주차장을 무료 개방한다고 9일 밝혔다. 서울 시내 전체 학교 1292개교 중 378곳 개방하며 개방률은 29%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시장·도지사 등 광역지자체 필요에 따라 국공립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하도록 한 '학교 주차장 개방법'(주차장법) 개정안이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교육계가 일제히 반발 입장을 내놨다. 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학교자치도 무시하는 법안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주차난 해소를 위해 지자체장은 국·공립학교의 주차장을 개방 주차장으로 지정할 수 있고, 학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개방 절차나 시간, 운영 등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안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특별위원회를 통과해 오는 2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최종 표결만을 앞둔 것이다. 통과될 경우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의회)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학교 자율결정권을 훼손하는 자치 역행법이며, 학생 안전을 방치하는 법이라며 주차난 해소의 책임을 학교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교육감협의회는 "현행법규에 따라 학교장이 학생 교육활동과 안전을 고려해 학교시설(운동장, 체육관 등) 개방 여부와 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명절 때를 비롯한 지역 여건과 지역민의 의사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학교시설을 개방할 수 있다"며 주차장법 개정안이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시도지사가 학교장의 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안으로서, 학교자치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지자체의 주차난 해소의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는 것임은 물론, 학생 안전을 위해 최근 통과된 '민식이법'과도 상충되는 것으로서 주차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범죄와 사고의 위협에 아이들을 내모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과속 감시카메라와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법률안이다.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군(9세)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추진 중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처리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입법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학교는 유휴시설이 아닌 교육기관이며, 주민편의보다 안전한 학습 환경 조성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법 개정 중단을 요구했다.

교총은 "지금도 학교운동장 등 시설 개방에 따른 각종 범죄 및 안전사고, 관리 부담, 민원 고충이 가중되고 있는 게 학교 현실"이라며 "학생 안전을 보장할 특단의 대책, 체계적인 관리시스템 등 선결과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대안 없이 주차장법 개정안을 밀어 붙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이날 반대 성명을 내고 "발의된 지 9개월이나 된 법률안이 그동안 교육당국의 의견을 얼마나 정확히 수렴했는지도 의문"이라며 "학생의 안전에 대해서는 그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를 주차장으로 개방하겠다는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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