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효진 "만날 똑같은 연기?...그놈의 변신, 해드리겠다"

기사등록 2019/11/27 07:00:00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미혼모 '동백'役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끝나지 않았으면 바랐다" 유종의 미

[서울=뉴시스] 공효진(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2019.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봄에는 그냥 신나서 깨춤을 춰대는 꽃시처럼 살고, 여름에는 방학하는 날 우리 '필구'(김강훈)처럼 살고, 가을에는 막 팔자 좋은 한량처럼 그냥 가을이나 타버리지 뭐. 겨울에는 눈밭의 개처럼 살거야.'

영화배우 공효진(39)은 이 대사처럼 KBS 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자유롭게 연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라며 "다 주옥 같아서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이대로 해야지'라고 마음 먹을 때가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세상의 편견에 갇혀 있는 미혼모 '동백'(공효진)과 순박한 파출소 순경 '용식'(강하늘)의 로맨스다. 공효진은 또 한 번 자신의 주특기인 로맨스 코미디 장르물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공효진 특유의 웃음 코드와 서럽게 우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했다.

"어렸을 때는 하루 종일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 기분을 다운시키고, 밥도 잘 안 먹고 어려운 신을 준비했다. 근데 준비하면 더 잘 안 되더라. 신경쓰고 겁내는 마음이 안 들도록 기분을 더 라이트하게 만든다. 그냥 대사가 좋으면 상황에 빠지게 돼 있다. '눈물이 안 나면 어떡하지?' 싶을 때도 있는데 상대의 연기에 집중하려고 한다. 다행히 억지스러운 신파나, 말도 안되는데 신이 없었다. 서럽게 우는 비결이 있냐고? 계속 울다보니 '메이크업 안 한게 더 예뻐 보이지 않나?' 싶더라 하하. 그래도 후반부에는 예쁘게 울려고 노력했다."
원래 대사를 달달 외우고 준비를 철저히 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상대역이 어떻게 반응해도 당황하거나, '꼭 이거여야 해!'라며 고집하지 않는다. 자신의 외운 대사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해 "슛이 들어가면 상대 연기를 경청한다"며 "임기응변이 강한 편"이라고 짚었다. 어떤 연기자와 호흡해도 케미스트리가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세 연하인 강하늘(29)과 로맨스 연기도 나무랄데 없었다.

강하늘은 용식과 비슷하다며 "'미담 자판기'로 유명하지 않느냐. 모든 스태프에게 한 명씩 다 인사하더라. '언제까지 저러나?' 봤는데 끝까지 그랬다. 변함이 없고 어쩜 저렇게 항상 웃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극본을 봤을 때 용식은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리딩 때 '잘하네' 싶었는데 첫 촬영 후 걱정할 필요가 없겠더라. '나보더 더 잘하겠는데' 싶었다"고 한다.

친구 '향미' 역의 손담비(36)와 호흡도 빛났다. 공효진을 극본을 보자마자 절친한 손담비가 '향미 역에 딱'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친분있는 사람을 추천하는 일은 잘 없다며 "조연들은 뒤로 갈수록 분량이 적어서 아쉬워하는 걸 많이 봤다. 친한 사람과 작품을 함께 하면 그 속상함을 토로할 때 내가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더라. 위로를 해줘야 해 부담되고 내 연기에 집중하기 힘들어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연기하는게 더 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백꽃 필 무렵'을 다시 하게 된다면 향미 역을 맡고 싶을 할 만큼 매력적이다. "향미는 연기하기 다채로워서 친분있는 배우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았다"며 "담비와는 연기를 같이 해본 적이 없어 '잘 할 수 있을까?' 우려는 있었지만, 이상하게 자꾸 향미가 그려졌다. 담비보다 더 친한 친구도 많은데, 담비한테 향미 느낌이 나더라. 정말 연기를 리드미컬하게 잘 하는 사람이 향미를 연기했으면 내가 그렇게 슬퍼하지 않았을 것 같다. 시너지 효과가 잘 맞았다"고 강조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짜임새있는 극본, 감각적인 연출, 연기자들의 열연까지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버무려졌다. 마지막 40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2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드라마는 영화보다 촬영 스케줄이 타이트 해 '제발 하루라도 빨리 끝나라'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동백꽃 필 무렵'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임상춘 작가님께 다음 회를 써달라고 하면 안 되느냐"고 할 정도다.

"'동백꽃 필 무렵'은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이다. 작가님이 참 뻔하지 않고 신선하게 신을 구성한다"며 "눈물이 왈칵 나게끔 써줘서 극본이 나올 때마다 감탄하면서 봤다. 신을 슬프게 올리다가 코미디로 확 꺾는 등 이야기를 진행하는 코너링이 진짜 좋다. 작가님의 필력은 많은 연기자들의 입에도 오르내린다. 시청자들도 대사 한 마디를 놓치지 않고 보더라"면서 놀라워했다.

마지막회에서 동백은 연쇄살인마 '까불이'(이규성)를 직접 잡았다. '동백씨는 내가 지킬 줄 알았는데, 동백이는 동백이가 지키는 거다'라는 용식의 말처럼 모든 일을 주체적으로 해결했다. "스포 방지를 위해 마지막 극본은 나중에 받았다"며 "용식이가 까불이를 잡아주려나 했는데 내가 때려잡는지는 몰랐다. 옹산의 언니들 '옹벤져스'가 함께 잡아준 것"이라고 짚었다.

"동백은 이전에 연기한 로코물 캐릭터와 크게 달랐던 것은 없었다"면서도 "내 취향대로 여주인공이 주체적이고 본인 힘으로 성공했다. 원래 시놉시스 정도만 보는데, '동백꽃 필 무렵'은 '작가님이 뚝심있게 가겠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스무개가 넘는 작품을 하면서 내 예상보다 덜하거나 더 훌륭할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 '내가 또 잘 찾아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공효진은 드라마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시절'(2001~2002)부터 '네 멋대로 해라'(2002) '눈사람'(2003) '상두야 학교 가자'(2003) '건빵선생과 별사탕'(2005) '고맙습니다'(2007) '파스타'(2010) '최고의 사랑'(2011) '주군의 태양'(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 '프로듀사'(2015) '질투의 화신'(2016)까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드라마를 잘 고르는 노하우는 없다. 그래도 '어떤 걸 보고 작품을 골랐다고 해야 할까?' 생각해봤는데, 나는 개그 코드가 높아서 웬만한 건 웃지 않는다. 나한테 유치해서 통과가 안 되면 재미없는 극본이다. 어떤 조건을 정해놓고 적합, 부적합을 따지는 것은 아니고, 대중이 좋아하는 취향에 조금 가깝지 않나 싶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와 새로움이 더 중요하다. 보통 로코물에서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이 뻔하지 않느냐. 한 명이 봉변 당했을 때 구해주고, 사과하러 뛰어가서 알게되는 건 많이 해봐서 이제 못하겠다. 새롭고 용감한 글을 좋아한다."

'공효진은 만날 똑같은 연기를 한다'는 평을 들으면 속상하지 않을까.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2016) '도어락'(감독 이권·2018) 등에서 변신을 시도했지만, 로코물이 가장 익숙한 게 사실이다. '공블리'(공효진과 러블리를 합친 말) '로코 여신' 등의 수식어를 좋아하지만 "그 놈의 변신 때문에···. 변신을 해드리겠다"며 웃었다.

"비슷하다고 뭐라 하면서 시청자들이 로코물을 가장 좋아하지 않느냐. 가끔 댓글을 보면 '계속 똑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계속 평가 받는 게 배우의 숙명인데, 채찍질이라고 본다. 이를 악 물고 더 잘 하려고 노력하게 되니까. 나에게 너무 큰 걸 기대하는거 같아서 가혹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모두에게 변신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지금까지 쌓인 응어리가 풀려서 통쾌하지 않을까. 성취하는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계속 도전하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