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언더쿡 생기면 오히려 기적…맥도날드 주방 가보니

기사등록 2019/11/20 10:30:00

초고온 그릴서 소고기 패티 등 조리

패티, 기준 온도 미달 시 폐기 후 재조리

대규모 주방 공개로 위생 논란 정면 반박

[서울=뉴시스]19일 한국맥도날드가 개최한 '주방 공개의 날' 행사 모습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언더쿡'(Undercook). 사전상 의미는 '설익히다, 덜 삶다'다.

언더쿡은 생요리, 날요리를 제외한 대부분 요리에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더욱더 민감한 것은 버거에 들어가는 '패티'(Patty)다. 소고기를 갈아 넣어 만들기 때문이다.

소고기의 경우 'O-157'이라는 병원성 대장균이 숨어있을 수 있다. 이 균은 65℃ 이상의 열을 가하면 모두 죽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인체에 침입해 '베로톡신'이라는 독소를 만들어 식중독을 일으킨다. 감염된 사람은 대부분 며칠 뒤 자연 치유하지만, 극히 일부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이라는 합병증으로 발전한다.

2017년 7월 세상을 놀라게 한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이 바로 '2016년 9월 경기 평택시 맥도날드 매장에서 언더쿡된 패티가 사용된 '불고기 버거'를 먹은 어린이가 HUS에 걸렸다'는 내용이다.

이후 불고기 버거에 들어가는 패티 재료는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인 점, HUS 잠복기는 최소 24시간이라는 점 등 처음 알려진 사실과 전혀 다른 '팩트'가 등장했다. 결국 피해 어린이 가족에게 식품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고소된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뉴시스]맥도날드 매장 주방에 비치된 위생 장갑 2종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그러나 사건 자체가 상당수 사람의 뇌리에서 잊힌 것 못잖게 맥도날드가 햄버거병 사건에서 사실상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달 28일 JTBC 보도, 29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기자회견 등으로 맥도날드 언더쿡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자신을 맥도날드 전직 점장이라고 밝힌 인물이 언더쿡 등 맥도날드 주방 위생 문제를 촬영한 사진을 제보한 데 따라서다. 

이에 과거 햄버거병 논란 당시 대응을 자제했던 한국맥도날드도 적극적으로 맞섰다. '더는 브랜드와 임직원 이미지 실추를 묵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1일 임직원 명의의 대국민호소문 발표와 직원들의 메시지 공개, 4일 김기화 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의 뉴시스 단독 인터뷰 등이 좋은 예다. 11일에는 피해를 주장하는 어린이 측과 민사상 합의까지 마쳤다.

[서울=뉴시스]맥도날드 매장 주방 그릴에서 갓 구워진 소고기 패티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마침내 19일 맥도날드 대반격의 클라이맥스가 펼쳐졌다. 전국 310여 매장에서 일제히 '주방 공개의 날' 행사를 열었다.

맥도날드는 평소에도 매월 전국 일부 매장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주방을 공개해왔으나 이렇게 하루에 대대적으로 오픈 행사를 연 것은 최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인 동시에 그토록 억울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자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DMC점을 찾았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언더쿡 발생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김영아 점장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주방은 언뜻 보기에도 깔끔하고 깨끗했다. 행사를 앞두고 일부러 치웠다기보다 평소 관리가 잘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서울=뉴시스]맥도날드 매장 주방 그릴에서 갓 구워진 소고기 패티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주방 한가운데 대형 그릴이 자리했다. 패티를 4장 또는 10장씩 동시에 구워내는 기계다.

김 점장이 직접 시연했다. 그릴 옆 냉장고에서 소고기 패티 4장을 꺼내 그릴에 놓은 뒤 상단을 내려 패티를 완전히 덮었다. 상단은 218℃, 하단은 176℃ 이상으로 세팅돼 있었다. 약 40초.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나 세팅된 상·하단 그릴 온도나 상단 그릴의 묵직함 등을 보며 '저러다 패티가 타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온도계가 고장 난 것이 아니라면'O-157'은 이미 '삼대가 멸족될' 온도였다.
 
[서울=뉴시스]맥도날드 매장 주방에서 갓 구워진 소고기 패티 온도를 디지털 온도계와 태블릿 PC로 측정하는 모습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상단 그릴을 올린 뒤 패티 보관 트레이에 패티를 옮겨 담았다. 이윽고 대망의 패티 온도 측정 차례다.

맥도날드는 본래 하루 두 번 온도를 측정한다. 새벽 4시께 모닝 세트 판매하기 직전, 오전 10시께 버거를 판매하기 직전 등이다. 온도는 한 번 설정되면 그릴이 고장 나지 않는 한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도가 흔들리면 당연히 경보가 울리고, 언더쿡을 막기 위해 버거 판매를 중단한다.

주방 공개여서 특별히 판매 중에 온도 측정이 이뤄졌다. 점장이 디지털 온도계를 들고 패티 한가운데 온도계 바늘을 꽂은 뒤 온도를 쟀다. 측정된 온도는 바로 옆 태블릿 PC에 실시간으로 자동 기록됐다. 맥도날드가 지난해 5월 도입한 업계 유일의 '디지털 푸드 세이프티 시스템'의 위용이다. 점장은 이런 방식으로 패티 4장의 온도를 모두 쟀다. 모두 73~75℃대였다.

맥도날드는 72℃를 패티 중심 기준 온도로 정한다. 만일 측정한 온도가 그에 미치지 못할 경우 태블릿에 경고 메시지가 뜬다. 해당 패티는 바로 폐기된다. 이후 기준 온도 이상 나올 때까지 패티를 계속 굽고 비로소 판매를 시작한다. 

【서울=뉴시스】사진 왼쪽은 한 '맥도날드 전직 점장'이 시민단체 등에 제보한 '언더쿡' 사진, 오른쪽은 맥도날드가 정상적인 패티 온도 측정 모습이라며 공개한 사진. 측정 지점이 패티 가장자리(왼쪽)와 중심부로 서로 다른 두 사진

여기서 문득 궁금해졌다. 패티의 가장자리 온도는 어떨까.

JTBC와 시민단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제보자는 패티의 가장자리에 온도계 바늘을 꽂아 온도를 쟀다. 그 온도가 44.8도였다. JTBC와 시민단체는 이를 토대로 "언더쿡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맥도날드는 "측정한 방법이 패트 중심을 측정하는 맥도날드 스탠더드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패티 4장 온도를 모두 재는 사이 패티가 식었을 것을 감안해 4장 중 75.4℃로 가장 높은 측정 온도가 나온 패티의 가장자리 온도를 쟀다. 52.5℃였다. 맥도날드 언더쿡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서울=뉴시스]맥도날드 매장 주방 온장고와 직원이 버거를 만드는 모습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이렇게 만들어진 패티는 트레이에 담긴 채 온장고에서 보관되다 '빅맥' 등 각종 버거로 만들어져 고객에게 전달된다. 온장고에는 남은 시간이 표시되는 '타이머'가 있다. 구워진 뒤 15분 이내에 사용되지 않은 패티는 가차 없이 폐기된다.

맥도날드 주방을 살펴보며 흥미로웠던 것은 파란색 위생 장갑과 흰색 위생 장갑이다. 흰색 장갑을 대부분 작업에서 끼는 것과 달리 파란색 장갑의 용도만 제한적이었다. 패티를 꺼내 그릴에 올려놓을 때만 꼈다. 패티를 올린 뒤에는 바로 벗어버렸다.

바로 '교차 오염' 우려 때문이다. 굽지 않은 패티에 행여 숨어있을지 모르는 세균이 구워진 패티를 비롯한 다른 음식물에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것은 그릴이 소고기 외에 돼지고기, 달걀,양파 등 재료에 따라 구분됐다는 점이다. 이는 곧 소고기, 돼지고기 달걀 등이 한 그릴에서 구워질 일이 없어 교차 오염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서울=뉴시스]규정에 따라 손을 씻는 맥도날드 직원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이날 행사에서는 식자재가 보관되는 냉장·냉동고를 비롯해 30분마다 30초씩 손을 씻는 크루들의 손 씻기 방법과 절차, 국내 식품 위생법에서 정한 3.0 산가 기준보다 엄격한 2.5 산가 기준이 적용된 기름의 산가 측정 방식, 4시간마다 조리 도구 세척 등 높은 수준의 식품 안전과 품질 및 위생 절차가 공개됐다.

[서울=뉴시스]맥도날드 매장 주방에서 튀김 기름의 산가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한국맥도날드 조주연 사장은 이날 주방 공개를 앞두고 "맥도날드의 철저한 식자재 품질 및 주방 위생 관리 시스템을 고객에게 생생하게 공개하겠다"며 "고객이 갖고 있었던 궁금증을 해소해 안심하고 맥도날드 레스토랑을 이용하기 바란다. 맥도날드는 최상의 품질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19일 한국맥도날드가 개최한 '주방 공개의 날' 행사 모습 (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이날 행사에는 전국적으로 어린이 포함 고객 16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는 위생 논란 속에서도 맥도날드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동시에 한국맥도날드가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고객의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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