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6개→13개…출혈경쟁 불가피
시장 진입한 한화·두산, 두 손 들고 '포기'
롯데 월드타워점 탈락, 국정농단 소용돌이로
18일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14일 진행된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일하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서울 3곳을 비롯해 6장의 카드가 주어진 경쟁에서 한개 업체만 출사표를 던진 철저한 흥행 참패였다.
이 같은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올 4월과 10월에 각각 한화와 두산이 면세점 사업을 접는다며 특허권을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두개 업체 모두 2015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면세업계에 발을 디뎠지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서둘러 발을 뺐다.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한 데에는 안과 밖에서 모두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이들 대신 보따리상인 따이궁(代工)이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이미 시장에서 지위를 공고히 한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을 위주로 돌며 화장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이들 점포와는 달리 여의도에 떨어져 있는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지리적 단점을 보완하기 힘들었다. 동대문의 두타 면세점은 지리적 단점은 적었지만 중공업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두산은 명품 브랜드 유치 등에 차질을 빚으면서 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업체를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두타면세점 자리는 현대가 강북 진출 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반면 점유율 1위인 롯데면세점은 2015년을 기점으로 다른 종류의 위기에 직면했다. 영업 중이던 월드타워점이 두산·한화 등 신규 사업자에 밀리면서 특허를 잃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선 사업자 선정 심사와 특허 발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게 2017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다.
롯데면세점의 2015년 심사 탈락은 그룹 전체의 위기로도 번졌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것이다. 월드타워점 사업권 탈환을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신 회장은 8개월 간의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구속 상태에선 벗어났지만 지난달 대법원이 신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해 유죄를 받게 되면서 월드타워점은 또 한번 존폐의 위기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측은 특허 취득 당시 운영인이 신 회장이 아닌 장선욱 전 대표였기 때문에 신 회장은 면세점 운영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규 사업자 입찰은 흥행에 실패했고, 한화와 두산이 사업권을 반납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1조원의 매출을 내며 순항 중인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을 취소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관세청의 고민이다.
시내면세점에는 관심이 시들해진 가운데, 내달 진행될 인천공항 T1 면세점 입찰은 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존의 최저보장금액 방식이 아닌, 매출의 일정 비율만 임대료로 내는 영업요율 산정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즉, 임대료 부담이 줄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과도한 임대료를 이유로 위약금을 내고 인천공항매장 일부의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도 이번 입찰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 유일하게 참가하며 강북까지 사업권을 확장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공항까지 진출할 지도 업계의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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