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신대희 변재훈 기자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광주 지역 수험장 곳곳에서 응원열기가 추위를 녹였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교사와 후배들이 따뜻한 품으로 수험생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광주 북구 살레시오고등학교(26지구 제8시험장) 정문에서는 국제고·고려고·숭일고 1·2학년 학생들이 오전 6시30분부터 선배들을 응원했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지만 '수능 대박 기원합니다' '재수 없다' '잘보고 잘풀고 잘찍고 수능만만'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환호하며 격려했다.
학생들은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에게 사탕·초콜릿·핫팩을 나눠줬다. 교사와 학부모는 수험생을 안아주며 "마지막까지 힘내라"고 성원했다.
보온병·냄비를 동원, 뜨거운 커피와 꿀물을 건네기도 했다.
국제고 학생들은 "수능 대박, 화이팅" "국제고 미래로 세계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학부모들의 애타는 마음도 묻어났다. 늦둥이 아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며 기도하는 어머니도 있었다.오전 7시51분 "숭일고에 다니는 우리 아들이 도시락을 놓고 갔다. 잘 받았는지 문자 꼭 남겨주라"며 교사에게 간청하는 어머니도 눈에 띄었다. 수험생 자녀를 차로 시험장까지 바래다 준 학부모는 차 안에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어주는 모습도 곳곳서 보였다.
"선생님 영어 몇 번으로 찍을까요" "모르겠으면 내가 방법 알려줬지, 한 번호로 찍어라잉."
서구 광덕고등학교(26지구 20시험장) 정문에서도 제자들을 한 곳에 모은 교사들이 다과류를 나눠주며 가벼운 대화로 긴장을 덜어줬다.
'아는 문제만 나올거야', '1개만 틀릴 거야', '노력했잖아. 결과는 배신하지 않을거야' '힘내, 어깨 쫙 펴고'라는 힘찬 응원도 이어졌다.
'군필 1학년 ○○○ 화이팅' '너는 1학년 나는 4학년'이란 손팻말을 든 군인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 소속 문재윤(23) 병장은 "친구가 의대 진학을 위해 어렵게 공부를 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휴가를 나와 수능을 치르는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원하는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
광덕고에서는 이용섭 시장과 장휘국 시교육감도 응원 팻말을 들고 수험생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광주여자고등학교(26지구 제33시험장)에서는 수험생들이 교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큰절을 하기도 했다.
다급한 상황도 벌어졌다. 오전 7시19분 남구 진월동의 아파트에서 수능 시험장으로 향하던 대성여고 학생(18)이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17분 만에 구조됐다. 이 학생은 오전 7시51분 소방 구급차로 설월여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입실 시간이 지난 오전 8시15분 광덕고 교정에 들어온 수험생은 "시험을 잘 볼 자신이 없다. 재수하겠다"면서 철문을 열고 다시 나가기도 했다.
석산고 3학년 배경현(18)군은 "담임선생님이 간식을 줘 큰 힘이 된다. 좋은 성적으로 수험생활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님과 은사님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석고 김은식(43) 교사는 "긴장하지말고 평소 준비한만큼만 시험을 치르길 바란다. 12년 동안 수험생활을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전남 84개 시험장에서 3만4556명(광주 1만8563명, 전남 1만5993명)이 수능 시험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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