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PD 구속···'오디션 제국' 엠넷은 어쩌나

기사등록 2019/11/06 08:41:15

'프듀X' 엑스원 활동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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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준영 PD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0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김용범(45) CP(총괄 프로듀서)와 안준영(40) PD 등이 구속되면서 '오디션 제국'이라 불린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의 신뢰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방송의 대표 오디션인 '슈퍼스타K'와 '프로듀스' 시리즈를 제작한 스타 PD 2명이 동시에 수감되면서 내부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사기·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김 CP와 안 PD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이들은 올해 방송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프듀X)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투표 결과를 조작, 특정 후보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국민 오디션'의 산파, '국프'(국민 프로듀서)에 발목 잡히다

2002년 엠넷에 입사한 김 CP는 엠넷의 오디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2009년 '슈퍼스타 K' 시즌1를 시작으로 이 채널의 주요 오디션 프로그램 연출을 도맡았다.

'악마의 편집' 등 논란이 잇따랐지만 시청자가 참여해서 오디션 우승자를 뽑는다는 설정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오디션 우승자는 스타가 된다는 공식도 완성됐다.

'슈퍼스타' 시리즈가 유효기간이 다한 2016년 아이돌 연습생을 상대로 프로젝트 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듀스' 시리즈를 론칭,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다. 또 같은 해 창작동요를 선보이는 '위키드'(WE KID)를 기획, 착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에서 생방송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준영 PD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05. yesphoto@newsis.com
안 PD는 김 CP가 프로그램 제작보다 기획을 총괄하는 CP가 된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 전면에 나섰다. 특히 '프로듀스' 시리즈가 시작한 이후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팬들 사이에서는 연습생 사이에서 그가 누리는 권위가 막강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이번에 구속되면서 그간 쌓아온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안 PD가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접대를 한 기획사가 '프듀X'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 멤버가 속한 곳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엠넷은 김 CP와 안 PD에 대한 구속 영장이 신청된 직후 "앞으로도 엠넷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구속된 이후에는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엑스원, 향후 활동에 적신호

일련의 사태에 따라 '프듀X'를 통해 결성된 엑스원의 향후 활동은 적신호가 켜졌다. 김 CP와 안 PD의 구속으로 12명의 멤버를 뽑는 과정에서 조작이 있었다는 정황에 더 힘이 실리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프로젝트 그룹 '엑스원(X1)'이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미니 앨범 '비상: 퀀텀 리프(QUANTUM LEAP)' 쇼케이스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도현, 이한결, 한승우, 조승연, 김우석, 김요한, 강민희, 송형준, 손동표, 차준호, 이은상.  2019.08.27. chocrystal@newsis.com
사실 첫 앨범 발매를 앞두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던 지난 7월 데뷔한 엑스원에 대한 성원은 크게 이어지지 않았다.

이전에 '프듀' 시리즈를 통해 결성된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이 오디션의 뜨거운 열기를 이어 받은데 반해 엑스원은 의구심을 가득 안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엑스원 멤버로 한승우(25), 조승연(23), 김우석(23), 김요한(20), 이한결(20), 차준호(17), 손동표(17), 강민희(17), 이은상(17), 송형준(17), 남도현(15)이 뽑혔다.

이들을 포함한 결선에 오른 20명의 소속사 14곳은 엑스원의 데뷔에 합의했으나 상당수 팬들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온 뒤로 미뤄야 하다고 주장했다. 데뷔 강행이 화를 부른 것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데뷔 당시 곤혹스러웠더라도 먼저 잘못을 시인했다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안일한 늦장 대처에 팬들이 제작진을 고소, 고발했고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Mnet '아이돌학교'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아이돌학교 출연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돌학교'는 1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9시 30분 방송된다. 2017.07.12.myjs@newsis.com
결국 엑스원 멤버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이들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것들이 덧씌워진 만큼 대중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프듀' 출신 프로젝트 그룹들은 잇따라 광고에 출연했는데 엑스원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다.

엑스원 리더 한승우는 데뷔 간담회에서 "(논쟁이) 부담된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그 부분(부정적인 여론)을 잊을 수 있게, 씻어내려 드리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기회를 갖는 것조차 쉽지 않게 됐다.

◇'공정성 잃은' 엠넷 오디션 시대 저무나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조작시비를 받는 것은 '프듀' 시리즈뿐만 아니다. 2017년 방송된 '아이돌학교' 역시 조작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9인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은 현재 활동하고 있다.

제작진의 편집과 의도가 반영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완벽한 리얼리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청자, 팬들도 이런 사실은 암묵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데뷔조가 유력했던 특정 연습생이 탈락했어도, '반전이 있었겠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프듀X'의 가장 큰 실수는 객관적인 숫자에서 오류를 발견하게끔 만든 것이다. 팬들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투표결과가 이미 프로그램화돼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더구나 이번 ‘프듀X’의 최종회 투표는 건당 100원을 지불해야 하는 유료였다.

엑스원 (사진 = 스윙 엔터테인먼트)
'대국민 오디션'이 아닌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팬심을 자신들의 기획에 이용하고, 사적인 욕심을 채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공정성을 내세워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주목을 받았는데, 사실 그 공정성도 쇼의 일부분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업 사기'라는 지적과 함께 오디션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을 구제하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판들 속에서 엠넷은 잇따라 오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여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방송 중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월드 클래스(World Klass)'는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와 n.CH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엠넷은 방송 제작만 맡는다. 하지만 스톤뮤직은 CJ ENM 음악 레이블이다.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월드클래스' 제작진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V라이브를 통해 심사 과정을 방송하고 '월드클래스 선정위원회'를 둬 공정성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밋밋하다.

한편에서는 가요계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 엠넷을 운영하는  CJ ENM 사옥과 함께 조작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기획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요기획사의 유착의 연결고리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더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러 기획사를 레이블을 둔 가요계 큰손인 CJ ENM의 수직계열화 구조도 문제 삼을 분위기다. 음악 프로그램 기획, 음반 제작, 가수 매니지먼트, 콘서트 제작을 한번에 아우르는 셈이니 이들의 힘이 세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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