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에 RCEP까지…'뿔난' 농민들 "정부 농정방향 신뢰 못해"

기사등록 2019/11/05 16:08:29

곡물류·과채류·과일류 타격…"농업 미래 없어 망연자실"

"농업 피해 큰데 정부는 안일…13일 여의도서 총궐기"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WTO개도국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한국의 WTO 개도국 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9.10.25. radiohead@newsis.com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7년 만에 타결되면서 채소류, 과실류 등 농업 분야에선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농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농업 홀대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농정 방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5일 성명서를 내고 "RCEP에는 중국을 비롯한 농업 강대국들이 대거 포함돼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농업계는 이젠 정말 우리 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주도로 만들어진 RCE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2%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 블록이다. 지난 4일(현지시각) 태국 방콕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 정상들은 20개 챕터의 모든 협정문이 타결됐음을 선언했다. 인도가 참여를 보류하면서 최종 서명은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나머지 국가들이 합의에 이른 만큼 사실상 타결됐다고 보는 시각이 중론이다.

지난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Post-FTA 농업 통상 현안 대응 방안'에 따르면 2015년 기준 RCEP 회원국에 대한 농산물 수출 규모는 31억5000만 달러다. 수입 규모는 66억8000만 달러로 수출액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2013~2015년 평균 RCEP 회원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우리나라 전체 농산물 수입의 38.1%에 이른다.

한농연은 "아세안이나 중국과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RCEP 협상 수준에 따라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율무, 감자, 고구마, 대두, 녹두, 팥과 같은 곡물류와 함께 배추, 당근, 수박, 양파, 마늘, 고추, 생강 등 과채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한농연은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SPS) 완화 수준에 따라 현재 검역으로 수입이 제한되고 있는 사과, 배, 복숭아, 감귤 등 과일류에도 심각한 타격이 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9월23일 베트남 다낭 아리야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8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공식협상’ 전체회의 기념촬영 모습. 2019.09.23.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photo@newsis.com
한농연은 "RCEP 체결 시 농업 부문에서의 피해가 가장 큰데, '거대 경제 블록 형성을 통한 안정적 역내 교역·투자 기반 확보'라는 긍정적 효과만 강조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향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더 이상 개발도상국으로서의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선언한 데 이어 RCEP까지 타결한 것을 두고 농업계의 반발 정도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한농연은 "우리 농산물의 시장 개방 속도는 더욱더 빨라질 텐데,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하기 짝이 없는 문재인 정부의 농업 홀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도국 지위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의 연장선이었고, 농업계가 요구한 내용은 어느 것 하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4만 한농연 회원을 비롯한 250만 농민은 더 이상 정부의 농정 방향을 신뢰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오는 13일 여의도 인근에서 '전국 농민 총궐기 대회'를 개최해 성난 농심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suw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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