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ICBM, 이동식발사대에서 발사하기 어렵다 판단"

기사등록 2019/11/01 19:02:12

하태경, 운영위 국정감사 질의에 답변…"軍, ICBM 이동식으로 발사"

안보실 1차장 "北 능력으로 봤을 때 TEL 발사 힘들어"…답변 재확인

2017년 11월30일 北 공개 영상…화성 15형 9축 이동식 차량서 발사

정부, '화성 15형=ICBM급' 평가…기존 경우와 다르다 해명 가능성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새벽 평양인근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찾아 참관했다고 밝혔다. 2017.11.30.(출처=조선중앙TV)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플랫폼과 관련해 "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합동참모본부 얘기로는 ICBM 발사는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동식발사기지(TEL)로는 얼마든지 발사할 수 있다고 한다"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북한이 2017년 11월29일 ICBM인 화성 15형을 발사한 뒤 그 이튿날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9축 이동식 발사 차량인 TEL에서 발사가 이뤄졌다는 부분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데, 정 실장은 기초적인 사실 관계를 뒤집은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기에 대한 의미 부여 과정에서 나온 정 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ICBM 발사는 동창리 시험장에서만 이뤄질 수 있고, 동창리 시험장을 폐기했으니 핵무기 투발 수단인 ICBM 발사 능력을 잃은 것이라는 게 정 실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ICBM 발사=동창리 시험장'이라는 논리의 출발점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다만 청와대와 군 당국 모두 당시 화성 15형을 명확히 ICBM이라 규정하지 않고, ICBM급 미사일로 평가해왔다는 점에서 추후 해명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하 의원은 "그러면 군에서 답변을 잘못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정 실장은 "네. 우리는 그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정 실장은 "누가 그렇게 답변했는가"라고 물었다.

이후 배석해 있던 관계자로부터 하 의원에게 답변한 사람이 김영환 합참 정보본부장이라는 사실을 확인 받았다.

정 실장은 "합참 정보본부장 답변 내용을 파악해 보겠지만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 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도,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01.jc4321@newsis.com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핵무력 완성 선언 하루 뒤인 2017년 11월30일 오후 총 분량 4분 가량의 화성 15형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화성 15형은 9축 이동식 발사대 차량에 실려 창고에서 나온 뒤 어두운 새벽 콘트리트 바닥 위에서 발사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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