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연 재해·암울한 청년들···'날씨의 아이' (종합)

기사등록 2019/10/30 18:10:34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17년 2월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350만 관객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0.30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날씨의 아이'를 통해 3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영화 '날씨의 아이'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고,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출품되며 전세계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도시에 온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하는 소녀 '히나'를 운명처럼 만나 펼쳐지는 아름답고도 신비스러운 비밀 이야기다.

30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드디어 이렇게 한국에 올 수 있게 돼 안심된다. 개봉일이 연기되기도 해서 한국에 못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올 수 있게 돼 마음이 놓인다. '너의 이름은.' 때 한국에 왔을 때 '3년 뒤에 신작으로 한국에 다시 찾아오겠다' 했다.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감사하다"라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친한' 감독이다. "한국을 특히나 좋아한다. 처음 영화를 만들었을 때 한국 관객들이 '이것이 영화다'라고 처음 인정을 해줬기 때문이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라는 작품인데 상도 받고 상영도 된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후 매번 영화를 만들 때마다 한국을 왔고, 친구도 생겼고 추억도 많아졌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곁에 한국인들이 있다"라고 한국 관객에 대한 애정을 뽐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17년2월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350만 관객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인사말하고 있다. 2019.10.30 mangusta@newsis.com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표작 '너의 이름은.'은 2017년 국내 개봉 당시 신드롬을 일으키며 371만 관객을 극장으로 들였다. 현재 한국 내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에 랭크돼 있다. 일본 내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타이타닉', '겨울왕국' 뒤를 잇는 흥행 4위 영화다.

그만큼 신작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클 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흥행에 대한 부담감을 묻는 질문에 "장편 영화를 만들면서 함께 하는 팀도 많아졌다. 희미한 자신감이 생겼다. 10대 때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위안을 받았다. 나 역시 지금의 10대들에게 위로, 위안을 하고 싶다. '너의 이름은.' 흥행이 차기작을 만드는 데 큰 부담이 되진 않았다. 히트 시키려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은 이번 영화의 주요한 배경이다. 이에 대해 마코토 감독은 "재난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모티브로 영화를 만들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수많은 폭우가 내렸다. 일본인들이 일본 안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자연재해가 돼 버렸다. '이 영화로 일본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치유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자신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고 숨막힌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소년은 남들이 '잘못된 일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일을 소중한 한 사람을 위해 전력을 다해 뛰어간다. 이 소년을 보며 관객 중 한 사람이라도 감정 이입이 된다면 세상의 숨막힘이 조금은 옅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리고 바람을 전했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영화 '날씨의 아이'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2019.10.30 nam_jh@newsis.com


또한 전작 '너의 이름은.' 속 캐릭터들의 희망찬 모습과는 달리 이번 '날씨의 아이' 캐릭터들은 빈곤하다. 이에 대해 마코토 감독은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 주인공들은 경제적으로 빈곤하다. '너의 이름은.'의 경우, 동경하게끔 하고 싶어서 반짝이는 느낌을 내려고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고 사회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동경하더라도 '어차피 그런 집에서 살 일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날씨의 아이'의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한 다이고 코타로는 이미 '봉오동 전투'를 통해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배우다. 마코토 감독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를 캐스팅했다.

"다이고가 그렇게 큰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날씨의 아이' 녹음을 할 때 한국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다. 다이고 코타로는 '날씨의 아이' 오디션에 와서 뽑혔는데, 오디션 때는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유명했을지도 모르겠다. 2000명 가운데 목소리와 연기 실력만으로 뽑은 배우다. 한달간 후시 녹음을 했다. 굉장히 긴 시간을 들여 더빙했다. 다이고는 주인공으로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줬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영화 '날씨의 아이' (사진=미디어캐슬 제공) 2019.10.30 nam_jh@newsis.com


'날씨의 아이'는 7월19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너의 이름은.'와 비교해 128.6%의 기록을 내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최종 관객수 1928만명을 기록해 2019년 개봉작 중 흥행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오늘(30일) 개봉한다.


nam_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