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변호사 “당시 경찰, 윤씨 잡히자 범행현장 왜곡”(종합)

기사등록 2019/10/30 16:02:48 최종수정 2019/10/30 16:34:16

"윤씨 자백 조서보니 너무 황당…객관적 상황에 맞지 않다”

"이르면 다음주에 윤씨 사건에 대한 재심신청 할 계획"

3차례 조사받은 윤씨 "착잡하다. 조사가 힘들지는 않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9.10.26.semail3778@naver.com
【수원=뉴시스】이병희 기자 =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30일 “경찰이 사건 발생 당시 파악한 현장 모습을 10개월 뒤 윤씨가 잡혔을 때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 윤씨와 함께 이날 오후 2시30분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도착해 “당시 경찰이 현장 모습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사후에 변형시킨 것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발견된 것을 전부 공개하면 윤씨의 신체적 상황과 배치되는 반면, 일부를 빼면 자연스러워질 수 있었다”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경찰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어떤 객관적 상황에 대해 이모씨 자백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비밀을 담고 있고, 같은 객관적 상황에 대해 윤씨의 당시 자백은 그럴듯하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검증해보니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증거에 대해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은 사진이나 기사 통해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 피해자의 마지막 모습이나 주변 현장이 말해주는 사실이 있다. 그 사실과 이씨 자백이 들어맞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윤씨 자백이 담긴 조서를 보면 너무 황당하다. 지금 법의학자도 객관적 상황에 맞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8차 사건의 범인이 이씨라고 확신하면서 “이씨가 범인이 맞다는 사실에 경찰도 의심을 갖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얘기를 들어보니 경찰이 이씨에게 당시 사건 서류 한 장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진술을 받아냈다. 그 진술에는 사건 범인만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진술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범인이라고 한다면 범인이 아닌 사람을 범인 만든 수사의 위법을 밝혀야 한다. 당시 수사 위법을 밝히려면 경찰이 당시 사실을 말해야 하는데 당시 책임이 있는 그들이 사실을 얘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윤씨 조사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윤씨는 한편으로 잘못된 수사를 받은 국가 폭력 피해자다. 윤씨 기억에 의존해 다시 수사 위법 부분 확인하고 있는데, 30년 전 기억이다 보니 기억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당시 감정 결과를 언급하며 “이 사건에서 자백 말고 의미있는 증거는 당시 체모에 대한 국과수 감정 결과”라며 “당시 체모에서 나온 물질 수치에 대해 다시 검증할 수는 없다. 그런데 수치 해석이 말도 안 되는 해석을 해놨다. 아주 비과학적이고 단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5일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초등생 실종사건을 포함해 이씨가 14건의 사건이 자신의 범행이라 자백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이어 “단정적 감정 결과 때문에 경찰은 윤씨를 범인으로 확신했다. 그러다보니 강압수사를 하고, 윤씨의 무고함을 입증할 증거를 숨기고, 사실을 왜곡했다”고 덧붙였다.

재심 일정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그래서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다다음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26일에 이어 조사를 받으러 온 심경에 대해 “착잡하다”면서도 “조사가 힘들진 않다. 분위기도 좋고, 만족한다”고 말하며 현재 경찰에 대한 신뢰감을 보였다.

이어 “당시 사건은 가물가물하다. 30년 세월이 지나 기억을 더듬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화성사건 피의자 이씨가 8차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한 뒤 3차례 윤씨를 만났다.

앞서 26일 조사는 11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윤씨는 “자백한 이씨에게 고맙다”며 “이씨가 자백 안 했으면 재조사를 받는 일도 없고, 제 사건이 묻혔을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지난 조사에 이어 윤씨가 검거된 뒤 조사 받았던 상황 등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윤씨는 다음 해 범인으로 검거돼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가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항소는 기각됐다.

수감생활을 하던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heee94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