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법, 하원 제동에 입법 중단…탈퇴 연기 무게(종합)

기사등록 2019/10/23 04:14:16

전반적 취지 묻는 2차독회 통과했지만 신속처리 계획안 부결

EU 추가 연기 결정 나올 때까지 브렉시트법 입법 중단

존슨 "신속처리 거부시 법안 철회하고 조기 총선" 주장

【런던=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총리 관저인 다우닝 10번가를 나와 하원으로 출발하고 있다. 2019.10.19.
【런던=뉴시스】이지예 기자 = 영국 정부가 마련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행법이 22일(현지시간) 의회 첫 표결을 통과했지만 신속 처리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입법이 중단됐다.

이로써 영국이 31일 브렉시트를 이행하지 못하고 EU 결정에 따라 추가 연기를 실시한 뒤 조기총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하원은 이날 정부의 '탈퇴 합의 법안'(WAB. Withdrawal Agreement Bill)에 대한 2차 독회에서 이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29표, 반대 299표로 가결했다.
 
하원은 곧바로 WAB를 사흘 내 하원에서 통과시킨다는 내용의 의사일정 계획안에 대해서도 표결을 실시했지만 찬성 308표, 반대 322표로 부결됐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EU가 브렉시트 추가 연기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WAB의 입법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신속처리가 거부되면 법안을 철회하고 조기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은 야권이 추후 단계에서의 법안 수정을 선호하기 때문에 WAB가 2차 독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2차 독회는 법안의 구체적 내용이 아닌 전반적 취지와 원칙에 관해 표결하는 자리다.
 
문제는 신속처리 의사일정 계획안이었다. 이 계획안이 부결되면 하원은 정부가 설정한 사흘 일정과 관계 없이 수주에 걸쳐 WAB를 둘러싼 토론을 할 수 있다. 
 
때문에 하원이 2차 독회에서 WAB를 승인하더라도 신속처리를 거부할 경우 존슨 총리가 계획대로 이달 말 브렉시트를 밀어붙이기 어려울 거란 지적이 많았다.
【스트라스부르=AP/뉴시스】 22일(현지시간)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에 출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영국의 EU 탈퇴 연기는 "영국 하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2019.10.22.
앞서 도날트 투스크 EU 집행위원회 상임의장은 이날 영국 의회 결정을 고려해 수일 내 브렉시트 추가 연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EU는 절대 '노딜'(합의 무산)을 택하지 않는다며 연기 허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존슨 총리는 2차 독회 표결에 앞서 "의회가 브렉시트 이행을 거부하고 자기 길을 고집하며, 1월까지 혹은 더 길게 모든 것을 연기하기로 결정한다면 법안을 철회하고 조기총선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U의 브렉시트 연기가 보장된 건 아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들은 추가 연기에 대해 회의감을 표했다. 다만 EU가 질서정연한 브렉시트를 강조해 온 만큼 이번에도 연기를 승인할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U가 추가 연기를 허용할 경우 WAB 의회 처리를 위한 단기적 연장만을 고려할 수도, 영국의 조기 총선과 제2 국민투표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3개월 이상의 장기적 연기를 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원이 신속처리를 거부하고 EU마저 브렉시트 연기를 거부하면 영국은 최악의 상황에 빠진다. 이 같은 여건에서 의회가 31일이 오기 전 WAB 승인을 서두르지 않으면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에 내몰릴 수 있다.

ez@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