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에 EU 관세 적용하되 영국 당국이 관할
4년마다 북아일랜드 의회가 지속 여부 결정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브렉시트 협상 타결을 발표한 뒤 새로 수정된 '탈퇴 합의안'(Withdrawal Agreement)과 '정치적 선언문'(Political Declaration)을 공개했다.
새 합의안은 두 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통행·통관 규제)를 막기 위한 북아일랜드 이중 관세 체계를 골자로 한다.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 영국 관세영역에 속하지만 실질적으로는 EU의 관세 규칙과 절차를 적용받도록 했다.
즉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모두 EU 관세 정책을 따르므로 양측 간 국경은 개방된다. 대신 영국 본섬과 북아일랜드 간 관세 국경이 세워지므로 아일랜드해를 사이에 놓고 영국 내에서 서로 다른 관세가 적용될 수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새 합의안의 4가지 핵심 내용을 짚었다.
바르니에 대표는 우선 북아일랜드를 영국 관세영역에 잔류시킴으로써 북아일랜드가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 체결할 미래의 무역 협정들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시에 북아일랜드가 주로 상품과 관련한 제한된 범위의 EU 규제를 적용받음으로써 EU 관세 동맹으로의 '입구'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아일랜드 내 EU 관세규칙 적용은 영국 당국이 관할한다.
북아일랜드 내 부가가치세(VAT)는 EU의 규칙을 따르되 세금 징수와 조세 사기에 대한 집행 권한은 영국이 갖도록 했다. 양측 당국자들이 추후 공동 위원회를 꾸려 이 같은 체제의 작동을 감독한다.
새 합의안은 또 북아일랜드에 대해 EU 규칙을 계속 적용할지를 4년마다 북아일랜드 의회가 판단하도록 했다. 찬반 여부는 다수의 결정을 따르는 '단순 다수결'(simple majority)로 결정해야 한다.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이슈는 브렉시트 협상의 최대 난제였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는 지상 국경을 맞대고 현재 서로 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아일랜드 '하드 보더'가 실현되면 정치경제적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양측의 경제 협력 저해는 물론 과거 신구교도 충돌과 같은 정치 분쟁이 다시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북아일랜드에서는 영국 본토와의 통합을 원하는 개신교도와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지지하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가톨릭 세력이 수십년 간 유혈 충돌을 벌였다. 분쟁은 영국과 아일랜드, 북아일랜드가 1998년 벨파스트에서 '굿프라이데이(Good Friday) 평화 협정'을 체결하면서 종식됐다.
앞서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브렉시트에 따른 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스톱'(안전장치)을 제안한 바 있다. EU 탈퇴 후에도 영국 전체를 EU 관세 동맹에 남겨 자유로운 통행과 통관을 보장하자는 내용이었다.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은 영국 의회 내 브렉시트 강경파들의 극심한 반대를 마주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로도 독자적 무역 정책을 펴지 못하고 EU에 좌지우지 될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이 협상안은 세 차례나 의회에서 거부당했다. 브렉시트도 당초 올해 3월 29일 예정에서 10월 31일로 두 차례에 걸쳐 연기됐다. 결국 메이 총리는 국론 분열 속에 브렉시트를 완수하지 못하고 지난 7월 사임했다.
후임인 존슨 총리는 어떻게든 추가로 연기 없이 10월 31일 영국의 EU탈퇴를 강행하겠다고 주장했다. 그가 17일 EU와 도출한 새 합의안은 오는 19일 영국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안건이 의회를 통과하면 영국은 예정대로 이달 31일 오후 11시에 EU를 탈퇴할 수 있다. 부결될 경우 존슨 총리는 의회가 강제한 대로 EU에 내년 1월 31일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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