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복정1지구, 토지감정 재평가 돌입…협의보상 절차 지연

기사등록 2019/10/15 17:12:29

소유자 평가사 추천권 '논란'…감정평가 결과에 입김?

앞서 보상한 과천지식정보타운도 평가사간 이견 커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택지개발 사업도 갈등 가능성

협회 "전문가 견해 차이일뿐…치우친 감정평가 없어"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성남복정1' 공공주택지구 사업의 토지보상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택지개발 사업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에 포함된 '성남복정1' 공공주택지구는 당초 이달 진행될 예정이던 토지보상 협의 절차가 12월 이후로 연기됐다. 토지 소유자가 추천한 감정평가사들간의 과열경쟁으로 토지 평가금액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재평가 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LH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택지개발사업에서 재감정이 실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지구는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일원 64만5812㎡로, 오는 2022년까지 신혼희망타운 1200가구를 포함해 총 4700가구의 공공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지난해 8월 지구지정과 올해 6월 보상계획 공고를 거쳐 이달부터 토지보상금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지 감정 평가를 다시 실시하기로 하면서 이달 보상 절차 개시는 어렵게 됐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사업 시행자는 2인 이상의 감정평가 업자에게 대상 물건의 평가를 의뢰하게 돼 있고, 감정평가서 최고평가액은 최저평가액의 110%를 초과할 수 없다. 토지보상금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생긴 조항이다.

이번 성남복정1지구의 경우 토지 소유자가 추천한 평가업체 2곳에서 써낸 평가액이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선정한 감정평가사가 써낸 보상금을 크게 웃돌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택지의 경우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30%를 넘는 곳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이 평가사마다 평가금액이 크게 달라진 배경 중 하나로 감정평가업체 간 과열경쟁을 지목하고 있다.

현행 토지보상 제도는 토지 소유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토지 소유자에 감정평가사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택지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토지 소유자들의 보상금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이런 기대심리를 등에 업고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사업 일감을 따내기 위해 토지 소유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감정평가서를 작성하는 사례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토지보상을 실시한 과천지식정보타운 공공주택지구(135만3090㎡)의 경우도 난항을 겪었다. 재감정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막판까지 시행자 선정 감정평가사와 토지 소유자 추천 감정평가사간에 이견차가 커서 진통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재감정 평가가 속출할 경우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LH는 규정대로 다른 2인 이상의 감정평가 업자에게 대상 물건의 평가를 다시 의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성남 복정1지구 사업은 최소 2개월 이상 늦춰지게 됐다.

LH 관계자는 "현재 재평가에 들어갔고 이를 감안하면 당초 협의보상일정이 2~3개월정도 순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구는 강남권, 위례신도시와 가까워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지역이라는 점에서 청약 대기자들의 혼란도 예상된다. 이날 지구 지정을 마친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앞으로 LH가 사업을 추진하는 수도권 택지개발 사업도 유사한 갈등 사태를 답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감정평가 업계에 일감이 부족해 과잉 경쟁이 벌어지면서 일부 평가사들의 일탈이 우려된다"면서 "재감정 사태가 많아질수록 수도권 택지 개발 시기는 지연될 수밖에 없고 청약 대기 수요자들의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정평가업계는 이번 재감정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뿐, 감정평가사가 토지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감정평가서를 써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감정평가협회 관계자는 "평가사들은 어느 누가 선정하든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공정한 평가를 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전문가들 간에도 일부 견해차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를 협회 차원에서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join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