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美, '테러와의 전쟁' 책임 저버려"

기사등록 2019/10/08 16:19:33

"터키의 시리아 점령 동의…심각한 결과 생길 것"

【수르크=AP/뉴시스】지난 2014년 10월11일 터키 국경도시 수르크에서 장례식에 참석한 쿠르드족들이 민족노래를 부르며 손가락으로 승리를 뜻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날 장례식은 시리아 알레포주 코바니에서 이슬람국가(IS)와 싸우다 목숨을 잃은 쿠르드족 전사들을 위해 열렸다. 2019.10.08.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터키군의 토벌 위협에 직면한 쿠르드족은 7일(현지시간) 미국의 시리아 북부 철군 및 불개입 결정에 대해 "백악관이 군대를 철수시킴으로써 또다시 터키의 시리아 북부 및 동부 점령에 동의했다"고 비난했다.

쿠르드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중심으로 한 시리아민주군(SDF) 정치조직인 시리아민주평의회(SDC)는 이날 홈페이지 공개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시리아 북부는 YPG의 주요 거점으로, 백악관은 지난 6일 이 지역 인근 병력 철수 사실을 알리며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SDC는 성명에서 "터키는 명백히 이 지역의 원래 구성원들을 타깃으로 삼고, 토착민들을 점령 구역에서 몰아내며 테러리즘과의 싸움에 맞서 위협을 계속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악관 결정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고 이 지역을 잠재적 위협 속에 내버려뒀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미국 측 결정에 대해 "이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위기를 종식시키려는 국제적 노력과 정치적 해법 등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아울러 그간 자신들이 미국을 도와 수행해온 이슬람국가(IS)와의 전투를 거론, "이 지역 사람들은 SDF 내에서 세력을 규합하고 테러리즘과 싸우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해왔다"며 "수천명의 젊은이들을 테러리스트와 종파조직의 위협으로부터 구했다"고 호소했다.

SDC는 또 터키가 군사작전을 거론하며 이 지역 토벌을 예고한 데 대해 "우리는 터키의 이 지역 점령 계획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비난한다"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저항을 촉구한다"고 했다.

시리아와 터키, 이라크 등지에서 분리독립을 추구해온 쿠르드족은 지난 2014년부터 미국의 IS 격퇴 작전에서 주요 지상 전력으로 활약해 왔다. IS와의 전쟁 과정에서 사망한 쿠르드족 전사만 1만1000여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터키는 IS 격퇴 주요 병력인 YPG가 자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당(PKK)과 연계됐다며 척결을 공언해 왔다. 터키와 쿠르드족 간 완충 역할을 해온 미군이 철수할 경우 쿠르드족의 입지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imz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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