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차 발생 농장, 1차 발생 농장과 차량 역학관계 있어"
김포농장, 음성 판정에도 최종 확진…"샘플링·잠복기 영향"
한강 이남 지역인 김포의 경우 첫 발생 농가 기준 방역대에 속해 정밀 검사를 거쳐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ASF가 발병해 방역망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차(연천군 백학면)와 3차(김포시 통진읍), 4차(파주시 적성면)까지 ASF가 발생한 농가들이 모두 1차(파주시 연다산동) 발생 농가와 '차량 역학'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역학조사 기간 1차 농장에 출입한 축산 관련 운반 차량이 2차 농장도 출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차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이 A 축산시설에 출입했고, 3차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 운반 차량도 역학조사 기간 중 같은 A 축산시설을 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역학조사 기간 4차 농장에 출입한 축산 관련 운반차량이 1차 농장도 출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역학이란 사료나 분뇨를 실어 나르는 차량이 여러 농가를 출입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조사를 말한다.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ASF는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되는 만큼 역학 조사 결과는 유입 경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키(key)가 될 수 있다. 방역 당국에선 ASF 발생일을 기준으로 3주(21일) 전까지 기간을 설정해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 발생 농장을 오간 차량은 사료 차량과 분뇨 차량, 도축장 출입 차량 등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경기 북부뿐만이 아니라 경북, 전남 등 남부 지방까지 관련된 농가가 있는 것으로 조사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역학 차량이 있는 남부 지방의 경우 농가 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는 바이러스가 해당 지역까지 퍼졌을 가능성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정부는 1, 2차 농가 간 차량의 직접적인 이동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실장은 "차량이 농가를 들렀다가 다른 시설을 찾아 그 시설을 이용했을 경우까지 포함해 파악한 결과 역학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차량 역학이 관계된 농가에 대해선 21일간 돼지의 반출을 금지하고 농가 및 시설, 차량 등을 소독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아울러 3, 4차 농가 역시 ASF 발생 가능성이 큰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 농장엔 야생 멧돼지의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고, 잔반(남은 음식물)이 아닌 일반 사료를 급여했다. 근무 중이었던 외국인 근로자 2명 역시 모두 ASF 공식 발병국이 아닌 태국이었다. 파주 농장에서도 울타리가 설치됐고, 잔반은 급여되지 않았으며 태국인 근로자 1명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김포 농장의 경우 정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ASF가 확진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박 실장은 "농장 내 모든 개체를 검사하진 않고, 차량 역학 농가는 최소 8두, 방역대 내 농가는 16두 이상의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며 "잠복기 초기 상태인 돼지는 채혈을 하더라도 증상 등이 발현되지 않아 정밀 검사를 하더라도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나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라 유입 경로를 어느 한 가지로 예단하긴 아직까지 어려운 상황"이라며 "방역 대책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모든 측면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낮 12시부터 48시간 동안 전국에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발령한 상태다. 농장과 도축장, 사료 공장, 출입 차량 등 모든 것이 전면 중단되는 조치다.
정부는 이동중지 기간 농장과 도축장 등 축산 관련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소독에 들어갈 계획이다. 공동 방제단과 군 제독 차량 등 소독 차량을 총동원해 농가와 주변 도로 등을 집중 소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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