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조현준 효성회장, 1심 징역 2년…구속은 피해(종합)

기사등록 2019/09/06 12:41:02

주식가치 11배 부풀려서 환급 받은 혐의 등

법원 "자신 잘못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

검찰, 징역 4년 구형…변호인 항소 의지 밝혀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200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현준 효성 회장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9.09.0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준(51) 효성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구속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류필구 전 효성노틸러스 대표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조 회장 비서 한모씨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효성 전현직 임원 2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개인미술품을 고가에 편입시켜 회사에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 혐의와 허위 직원을 등재해 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고, 주식 가치를 부풀려 환급받은 특경법상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술시장이 세계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은 자신이 소유하는 미술품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판매해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며 "조 회장은 아트펀드를 출범하는 과정에서 업무약정서에 있는 '특수관계인의 거래금지' 내용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회장은 오로지 사익을 위해 회삿돈을 임의로 소비했고, 실제 가치보다 미술품을 비싸게 처분해 이익을 취득했다"며 "조 회장 범행으로 피해가 여러 주주에게 가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시점에서의 미술품 가격을 단정하지 못하는 점 ▲실제 미술품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는 점 ▲특경법상 이득액은 엄격히 산정돼야 하는 점 등을 이유로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조 회장은 실제 근무하지 않은 비서의 급여 명목으로 효성의 법인자금을 횡령했다"면서 "조 회장이 허위 직원을 취직 시켜 급여를 받은 것이 회사 전체 의사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과거 횡령 범행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각 횡령 범행을 반복적으로 저질렀다"면서 "조 회장이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지 의문이고, 재범 위험성도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뒤늦게나마 조 회장이 피해 금액을 변제했지만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회사 경영자가 범행이 발각된 후에 한 피해회복 조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피해를 회복하기만 하면 중한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결정적 양형 요소로 삼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선고가 끝난 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고하셨다"는 답만 남기고 법원을 빠져 나갔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 다만 미력하나마 가정과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GE 상장 무산으로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안게 되자, 그 대금 마련을 위해 이 회사로부터 자신의 주식 가치를 11배 부풀려 환급받은 혐의로 지난해 1월23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때문에 GE는 약 179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8년부터 이듬해까지 개인 소유의 미술품을 고가에 효성 아트펀드에 편입시켜 12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있다. 아울러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허위 직원을 등재하는 수법으로 효성 등 자금 약 16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도 받는다.

이 사건은 조 회장의 동생 조현문(50) 전 효성 부사장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은 조 전 부사장이라는 한 개인의 경영권에 대한 욕심으로 이뤄진 무리한 고발에서 이뤄졌다"며 "사건 출발 자체는 근거가 없고 동기에 불순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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