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 방위상, 다자안보회의서 '지소미아' 언급…"외교적 결례"(종합)

기사등록 2019/09/05 19:25:06

정경두 "갈등 조장해 자국이익 추구하는 나라 있어"

일본 前방위상 "韓 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감스러워"

박재민 차관 "日이 수출 규제해 지소미아 종료한 것"

사회자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 양측 말리며 진땀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9.09.0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다자간 국제안보회의인 '서울안보대화'(SDD) 개막식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전·현직 국방 장·차관들이 '신경전'을 펼쳤다. 다자회의체에서 일본 전직 고위관료가 주제에 맞지 않는 지소미아를 언급한 것을 두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서울안보대화 개회사를 하며 "국가간 영토와 해양 분쟁, 해상 교통로 확보, 군용기 및 함정의 군사활동, 타국에 대한 위협적 행위 등 갈등이 상존하는 가운데 자국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위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는 이웃 국가와 안보갈등을 조장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우려스러운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이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50여 개국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한일 갈등을 비롯한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영공 침범, 중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등 전방위적인 안보 위협에 대해 우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 장관의 발언에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일본 방위상이 기름을 부었다. 모리모토 전 방위상은 이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국제공조'를 주제로 열린 본회의 1세션에서 준비한 발언을 시작하기 전에 갑자기 "2012년 6월이었던걸로 기억한다"며 "당시 의회에 제가 방위상으로서 출석했다. 그 당시 작은 메모가 전달됐다"고 운을 뗐다.

모리모토 전 방위상은 "이 메모 내용을 보면 (2012년) 한국에서 지소미아를 정치적인 이유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일본은 그날 장기간 협상에 걸쳐서 지소미아를 서명하기로 했었는데, 그렇지 않기로 했다는 메모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6월 당시 국무회의에서 지소미아 체결안을 비밀리에 상정해 통과시켰으나, 밀실 추진 논란이 거세지면서 서명 직전에 체결을 연기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일본 방위성 대신이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서울안보대화 본회의 1세션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2019.09.05. ksj87@newsis.com
모리모토 전 방위상은 이어 "지소미아는 일본과 한국에 안보 관계 강화하기 위한 노력 일환이었다"며 "대화와 공유를 통해서 상호간에 안보와 관련된 정보분석 내용을 공유하는 그런 협약이 지소미아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6년 11월에 지소미아가 본격 체결됐다. 지소미아로 인해서 당시에 일본과 한국의 양자관계가 개선됐을 뿐 아니라 미국 일본 한국 3자간에 정보공유가 원활해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한국정부에서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은 유감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여전히 위협과 도발을 하는 가운데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재차 언급하며, "북한은 아직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모리모토 전 방위상은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일본의 대(對)한국 경제관련 조치, 무역관련 조치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지소미아 연장 문제와 한일간 교역문제는 별개 문제"라며 "미국과 한국, 일본의 삼각관계에 있어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날 걸로 예상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리모토 전 방위상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군 안팎에서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안보대화에 참석한 군 관계자는 "정 장관의 발언이 특정국가를 지칭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50개가 넘는 나라가 참석하는 다자안보회의에서 주제에 맞지 않은 지소미아를 언급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재민 국방부 차관(오른쪽)이 5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 개회식에서 기념촬영 후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 사령관(가운데)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9.09.05. bluesoda@newsis.com
같은 본회의 1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한국과 일본은 굉장히 가깝고 경제적으로, 안보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발전해오고 있는 가까운 이웃"이라면서 "과거에 불행했던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은 1965년도에 국교를 정상화 했고 1965년 당시에 청구권 협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 대한 배상이 문제인데 그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1965년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으로 인한 개인적 피해보상은 별도의 것, 제외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가진 입장을 최근 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잘못됐다'라고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가 사법부 판단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해왔다"며 "우리 한국은 3권 분립이 엄격하다. 행정부가 사법부 판단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일본 정부와 대화하자는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그런 갈등이 있던 가운데, 최근에 일본 정부에서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부품·소재들에 대해서 (한국정부에) 수출된 것이 잘 관리되지 않다는 안보상 이유로 일부 수출을 규제하는 결정을 했다"며 "그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많은 검토 끝에 안보에 대해서 한국을 믿지 못하고 그런 결정을 내린 나라와 민감한 군사정보교류를 할 수 있냐는 판단에서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차관은 "물론 종료는 협약에 의하면 3개월 전에 통보하기로 돼 있다. (이미) 통보된 상태지만 11월까지 끝난 상황은 아니다"며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에도 표명한 바와 같이, 무역규제에 대한 조치를 재검토해서 철회하면 정부도 긍정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고, 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김진호(오른쪽) 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이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19 서울안보대화 참석차 방한한 일본 모리모토 사토시 전 방위상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09.05. (사진=향군 제공) photo@newsis.com
이날 본희의 1세션에서 사회자로 나선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상당히 예민한, 민감한 사안"이라며 "한반도 평화유지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이번 세션은 한일 갈등의 장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평화에 대해서만 논의해 달라"고 양측을 말리며 진땀을 뺐다.

한편 일본 방위성에서는 올해 행사에 지난해와 같이 과장급 인사가 참여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경국 국방부 국제정책관실 동북아정책과장과 요시노 코지 일본 방위성 국제정책과장이 이날 오후 과장급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국방부는 세부사항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등 양국 간 안보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울 안보대화를 계기로 한일 국방당국의 과장이 만날 기회가 있었다"며 "한일 양측은 최근 국방당국간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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