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이후 18번 바꾼 대입 또 뒤집나?…"교육 정치수단화 안돼"

기사등록 2019/09/02 14:39:28

권력자 자녀 부정입학 정권교체로 이어져

사교육 잡기 이유로 개편 때마다 부작용↑

"2년 만에 대입 또 손 대나…학벌타파 핵심"

【성남=뉴시스】박진희 기자 =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3개국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하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는 5박6일 간의 일정으로 태국을 공식방문하고 미얀마와 라오스를 국빈 방문할 예정이다. 2019.09.01.   pak7130@newsis.com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동남아 3개 국가 순방을 위해 출국하기 전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에게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해달라"고 발언함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기 위해 정치 논리로 교육정책을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오후까지만 해도 "사전교감이 없는 발언이며 당혹스럽다"던 교육부도 2일 오전 180도 입장을 바꾸었다. 한상신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대입제도 관련 국민들의 불신에 대해 교육부 내부적으로 공정성 개선방안은 꾸준히 논의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도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대입 재검토' 발언 중 핵심은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해서 실행 가능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의 대입제도를 본따 만든 학생부종합전형 등 학생부 중심 수시모집보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정성 위주, 즉 정시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조 후보자 자녀의 대입특혜가 불거진 후 정시확대 목소리가 높아질 때만 해도 교육부는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 없었다. 대신 조 후보자 자녀가 입학한 시기는 2010학년도인 데다, 현행 제도가 아닌 학생부종합전형 전신인 '입학사정관제'인 만큼 2022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제도 개편안과 학종 공정성 개선대책을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만약 교육부가 추가로 정시 확대 등 대입을 개편할 경우 현실적으로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4학년도 대입부터 바뀌게 된다. 수험생들이 대입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도록 4년 전에는 미리 대입제도를 확정해 공표하도록 한 사전예고제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2년 만에 대입제도를 갈아엎는 셈이다.

이미 현 정부는 문 대통령 공약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밀어붙이는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하다 제동이 걸린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2021학년도 대입 개편안으로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1안'과 '절대평가 과목 확대 2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며 대통령 지지율까지 위협하게 되자, 문재인 정부는 대입제도 개편을 1년간 유예하고 국가교육회의에 이관하기로 했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다시 대국민 공론화에 부쳤으며 진통 끝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개편했다.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을 확대하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타나자, 현행 제도를 대체로 유지하고 정시모집만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후 학생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부 기재 개선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대입제도 기조가 하루 아침에 달라진 데 대해 결국 정권의 정치적 난제를 풀기 위해 교육을 수단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권력자 자녀의 부정입학 또는 대입특혜 논란은 정권을 흔들만큼 큰 이슈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강석씨의 1957년 서울대 법대 편입학 논란 이후 1960년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실세였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전형 부정입학 논란은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1945년 정부 수립 이후 대입제도는 지난해까지 총 18번 바뀌었다. 74년간 18번 변경됐다는 것은 4~5년 만에 한 번 대입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는 뜻이다. 대입제도는 광복 이후 국가고사제와 대학별 시험(본고사)이 주기적으로 반복하다가 당시 성행하던 과외 사교육을 잡겠다는 이유로 1980년 7·30교육조치에 의한 학력고사(1982~1993)가 시작됐다. 이후 수능을 처음 도입한 1994학년도에 수능을 1년에 2회 치렀다가 다음해 바로 1회로 줄였다.

수능체제 역시 해를 거듭하며 대학 서열화와 4지선다 암기형 인재만을 기른다는 비판과 함께 2002년 내신성적만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수시모집 제도가 도입됐다. 2004년에는 수능 점수가 아닌 등급제와 수능-EBS 연계제도가 도입됐다. 2004년 발표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2008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에는 내신성적 중심의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가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대폭 확대시켰다. 2013년에는 대입 간소화 정책에 따라 기존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확대됐고 논술고사 등 대학별고사를 점차 폐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학생부종합전형이 더 확대돼 스펙이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금수저 전형' 비판이 일면서 다시 대입개편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즉 대입제도는 여러 번 바뀌어 왔지만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경쟁 과정에서 폐해는 끊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교육계에서도 대입제도를 재검토하라는 여론과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지난해 공론화위원회에서 일정부분 한계가 있지만 결정을 했기 때문에 일단은 안정성 있게 안착시켜 나가면서 문제가 있다면 보완을 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발언으로 무언가를 전면적으로 바꾸려고 하면 학생, 학부모들에게는 혼란과 피로감이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원로는 "학벌주의로 대표되는 문화, 즉 출신대학에 따라 취업·사회적 지위 등 보상이 지나치게 큰 사회구조를 바꾸지 않고 정시 비율이나 평가방식 등 대입제도만 개편해봤자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위치에서는 후보자 살리기 위해 어설프게 교육정책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사회 개혁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독립성을 갖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시급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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