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신지체장애인도 비대면 금융거래 가능해야"(종합)

기사등록 2019/08/28 18:34:09

장애인 18명, 우체국 은행 소송 제기

법원 "동행 요구 중지…시스템 마련"

"장애인 아닌 사람과 차별하는 행위"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피한정후견인 결정을 받은 장애인들이 우체국에서 은행거래를 대면방식으로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내 받아들여졌다.

피한정후견인은 질병·장애·노령 등 사유로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판사 김진철)는 28일 장애인 고모씨 등 18명이 국가(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행위중지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30일 합산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거래의 경우 동의서 제시에 의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한정후견인과 동행하게 요구한 것을 중지하라"며 "30일 합산 100만원 미만 거래의 경우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현금 자동지급기, 현금자동입출금기 및 체크카드 거래가 가능한 기술적, 시스템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행기간 내에 행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하지 않은 행위 별로 1일 10만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가 고씨 등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각각 5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한정후견인은 종국적·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행위능력자로서 가정법원이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할 행위의 범위를 정함에 따라 행위능력을 제한함은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며 "100만원 미만 거래의 경우 한정후견인 동의가 필요 없는 바 현금지급기 등 이용을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지급기 등 이용을 제한하고 창구 이용만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른 은행에 대한 금융정보거래 회신결과에 의하면 100만원 이상 거래 역시 우체국 이외 다른 금융기관은 한정후견인 동의서를 요구할 뿐 한정후견인의 동행을 무조건 요구하지는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

우체국이 지적장애를 사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과 동등하지 않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을 불리하게 대함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를 하고 있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정신지체장애인 고씨 등은 지난해 1월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받은 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의 한정후견을 받고 있다. 당시 법원은 고씨 등이 예금계좌에서 해당 인출일 이전부터 30일 합산한 금액이 100만원 이상 이체인출을 할 때 한정후견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정했다.

현 우체국 내부 지침에 따르면 30일 합산 100만원 미만의 거래의 경우 한정후견인 동의는 필요 없지만 통장 및 인감 등을 지참한 후 은행 창구를 통해 직접 거래를 해야 한다. 또 30일 합산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의 거래의 경우에는 한정후견인 동의서를 받더라도 단독으로 거래할 수 없고 한정후견인과 함께 은행 창구를 통해 거래해야 한다.

고씨 등은 우체국은행을 이용할 때 한정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하는 우정사업본부의 규정이 차별행위라며 국가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송을 내면서 인출일 이전부터 30일 합산한 금액이 100만원 미만이면 은행 창구가 아닌 현금자동입출금기 등을 통해 거래하게 하고, 100만원 이상이면 한정후견인 동의를 받아 단독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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