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시위대 몰리자 공항 폐쇄
경찰 과잉진압에 시민들 분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홍콩 국제공항에서 떠나는 비행기 160편과 들어오는 비행기 150편의 운항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전날 공항 당국은 '노탐(NOTAM·Notice To Airmen)'을 통해 12일 오후 5시 30분부터 탑승수속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날 오전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SCMP에 따르면 전날 자정부터 이날 오후 11시55분까지 이륙(160편)·착륙(150편) 예정이던 항공기 310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SCMP는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인 홍콩 국제공항에서 많은 승객이 발이 묶였으며 공항에서 밤을 보낸 승객도 많다고 보도했다.
에콰도르인 넬슨 세발로스는 이 상황에 매우 화가 난다며 "재앙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애초 12일 오후 5시50분 출발 예정이던 상하이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으며 직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비행 일정은 이날 오후 8시로 재조정됐다.
대만 출신의 창야위안은 "공항에서 14시간을 머물렀다. 어젯밤에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항에서 하룻밤을 묵은 수십명의 여행자 중 한명으로, 탑승 수속 카운터 뒤쪽의 의자에서 잤다.
애초 시위대는 9일부터 국제공항에서 사흘 동안 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 외국인이 많이 드나드는 장소에서 평화롭게 홍콩의 상황을 알리며 정부를 압박하자는 취지였고, 실제로도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와 달리 심각한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공항 시위는 공항에 텔레비전을 설치해 시위 당시 영상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상황을 설명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11일 저녁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한 가운데 한 시위자가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안구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홍콩 국제공항으로 집결했다. 이들은 한쪽 눈을 가린 채 경찰을 규탄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했다.
현재 미국 등 외세 배후설을 주장하는 중국 정부가 무력 진압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6월9일 홍콩 시민 100만여명은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이어지면서 참가자는 한때 200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송환법은 중국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반체제 인사나 민주화 운동가가 중국으로 보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송환법 반대 시위는 캐리 함 행정장관 사퇴, 송환법 완전 폐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전반적인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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