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목숨끊은 엡스타인, 사망전 특별감시해제..왜?

기사등록 2019/08/11 06:39:07

윌리엄 바 법무장관 의문제기, FBI수사

【뉴욕=AP/뉴시스】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교도소에서 의식이 희미한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25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관계자는 자살 시도, 폭행 등의 가능성을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뉴욕주 성범죄자신상정보 제공. 2019.7.25.
【뉴욕=AP/뉴시스】차미례 기자 =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뉴욕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10일 오전 6시 30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감시가 해제된 사실에 대해 윌리엄 바 장관이 이를 알고 "경악"(appalled)했다고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이 10일 AP통신에게 전했다.

10일 앞서  AP통신, ABC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이날 오전 6시30분께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엡스타인이 독방에서 반응없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인근 장로교 맨해튼 종합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여서 곧 사망선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엡스타인 죽음에 대해 심각한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 면서 “미 연방수사국(FBI)와 법무부 검사실이 무슨일이 있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엡스타인은 지난달 26일에도 교도소에서 자살 시도를 한 적 있다. 당시 그는 교도소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목 주변에는 멍 같은 타박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엔  자살방지감시대상에서 해제된 직후에 숨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엡스타인의 변호인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엡스타인의 사망 소식을 듣게 돼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아무도 수감 중 사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거부 엡스타인은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한 혐의로 지난달 초 체포됐다.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45년의 징역형이 예상된다.  
【뉴욕=AP/뉴시스】 지난 16일 뉴욕에서 미성년자 시절 제프리 엡스타인에 피해를 입은 커트니 와일드(왼쪽)가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2019.8.1.

엡스타인은 2008년에도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종신형에 처했었으나 검사와의 플리바게닝(감형협상)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연방검사장을 지냈던 알렉산더 어코스타 노동부 장관은 '봐주기 수사'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달 12일 결국 사임했다.
 
교도소 당국은 그가 교도소내의 '특별 입소자 구역'이라는 감시가 엄중한 시설 안에 구금되어 있었고 이 곳은 유명인사 재소자들이 일반범과 격리되어 수용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이 곳에는 멕시코의 마약왕 호아킹 구스만이 수감되어 있다가 종신형을 받은 뒤 콜로라도의 별명이 '수퍼맥스'인 특수교도소로 이감되었다.

엡스타인의 죽음은 미 교정당국이 그런 유명인사 재소자들을 제대로 다루거나 보호하고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해 10월에는 보스턴의 유명한 범죄조직 총수 제임스 버글러가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교도소로 이감된 직후 살해당하는 일도 있었다.

네브래스카 출신의 벤 사스 상원의원은 10일 바 장관에게 이번 사건 뒤로 "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선 안된다" 는 엄중한 항의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는 "법무부와 교도소의 모든 사람들,  법무부 담당관에서부터 야간 당직 교도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엡스타인의 자살위험을  숙지하고 있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의 어두운 비밀들이 그의 죽음으로 묻혀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전직 교도관 캐머런 린제이는 자신은 세 군데 연방교도소를 거쳤다면서, 이런 죽음은 " 불운하고도 충격적인 사건이며 관리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24시간 자살감시 활동은 직접적으로,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방검찰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미성년자 성범죄의 공모자들과 아직 기소되지 않은 다른 공범들에 대해서까지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cm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