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충남 세계유산 홍보 부족…유명세 비해 관심 저조

기사등록 2019/07/07 17:14:55

논산 돈암서원 세계유산에 등재

교육·건축·문학적 자산가치 높아

타 지역에 비해 찾아오는 발길 뜸해

세계유산 보존과 활용 도민 역량 모아야

【홍성=뉴시스】충남 논산시 연산면 돈암서원 전경.
【홍성=뉴시스】유효상 기자 = 충청 대표 유교문화유산인 논산 돈암서원(사적 제383호)이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충남도는 지난 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서 돈암서원을 비롯한 ‘한국의 서원’ 9곳이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최종 통과했다고 7일 밝혔다.

 서원은 명현을 배향하고 인재를 교육하기 위해 설치한 사설기관으로, 조선시대 사림의 활동 기반이었다.  사학의 출발이었던 셈이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 심사 통과는 한국의 서원이 조선시대 사회 전반 성리학의 보편화, 성리학의 지역적 전파 이바지 등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보유했다는 점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히고 있다.

 문제는 자치단체와 역사학자, 일부 관심 있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세계유산이 하나 더 추가됐지만, 얼마나 많은 노력을 통해 관심을 이끌어낼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세계유산 2건(백제역사유적지구, 공주 마곡사), 인류 무형유산 2건(서천 한산모시짜기, 당진 기지시줄다리기), 세계기록유산 2건(난중일기, 조선통신사기록물) 등이 있다.

 충남도와 해당 시군에서 각종 홍보인쇄물과 다양한 축제 및 행사 등을 통해 세계유산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외국 및 타 시도 사례에 비춰볼 때 미비한 상황이다.

 따라서 뉴시스 지역이슈를 통해 돈암서원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홍보 극대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충남도 내 세계유산 발길 현주소

 대한민국 최고의 세계유산은 경주유적지와 남한산성 유적지, 종묘, 왕릉, 창덕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을 들 수 있다.

 이 곳은 하루 관광객 수만 해도 10만명에 달할 만큼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충남지역의 경우 이번 돈암서원을 포함 백제역사유적지구 등 도내 세계 유산은 스쳐지나가는 곳이다.  

 도내 세계유산 유적지를 찾는 관광버스 관광객의 경우 유적지가 목적지가 아니다. 바다와 산, 또는 타 시도 관광지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에 불과하다.

 백제유적지구의 하나인 공산성에서 한 관광버스 이용객들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더니 "금산에서 대천으로 가기 위해 공산성을 잠깐 들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곳이 세계문화유산인지 아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은 모르고 백제시대 만들어진 성"이라고 답했다.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입증된 마곡사 세계유산에 대해서도 학생들조차 모르고 있다. 최근 마곡사에서 단체로 여행 온 중학생에게 마곡사에 대해 질문했더니 "오래된 절"이라고 했다.
 
 이 것이 현실이다. 충남지역 세계유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주변에 태반이다.

 그렇다면 돈암서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돈암서원은 어떤 곳?

 논산 돈암서원은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예학의 대가인 사계 김장생 선생(1548∼1631)의 덕을 기리기 위해 1634년 사계의 제자를 비롯한 지역 사림이 건립했다.

  이 서원은 조선 현종이 즉위한 해(1660년) ‘돈암’이라는 현판을 내려주며 사액서원이 됐다. 고종 8년(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서도 살아남은 47개 서원 중 하나다.

  돈암서원은 강학 건축물의 탁월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각 건축물의 현판과 목판 등은 예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돈암서원에는 현재 보물 제1569호인 응도당과 사우, 장판각 등의 건물과 하마비, 송덕비 등이 남아 있으며, 황강실기, 사계유교, 상례비요 등의 서적들이 보존돼 있다.

 응도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서원 강당으로, 유교적 고례를 재해석해 완성한 뛰어난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서원은 흥선대원군이 서원을 모두 없애도록 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사라지지 않았을 만큼  문화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충남도민들의  노력이 그대로 녹아 있다.
 
 무엇보다 서원 경내 곳곳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후세에 교육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정신도 그대로 녹아 있어 건축학, 문학적인 학술적인 가치 또한 크다.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마다 서원을 건축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기에 대들보가 굳건하게 받치고 있어 당시 건축기술의 오묘함을 간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도민들에게 돈암서원이란 당시 충청의 건축기술, 문학적 수준, 정신적 숨결, 교육적 가치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이번 세계유산 등재는 충남역사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돈암서원 등 세계유산 홍보 극대화 방안 마련해야

  돈암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한 후속절차로는 우선 ‘세계유산 협약’ 및 ‘세계유산 협약 이행을 위한 운용지침’ 등 국제 규범에 근거한 유적의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활용 활성화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돈암서원 예 힐링캠프’와 ‘돈암서원 인성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 ‘대한민국 대표 유교 전문기관’이 될 충청유교문화원 문을 2021년 상반기 열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을 발굴·보호·보존하기 위해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며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3건이 이름을 올린 후 이번 한국의 서원까지 14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기록유산은 조선왕조실록 등 16건, 세계인류무형유산은 20건이다.

 세계유산을 보존하고 이에 대한 홍보를 극대화함으로써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도하는 것은 후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다.

 충남도와 해당 시군도 세계유산에 등재를 위해서만 노력할 것이 아니라 등재 후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 주변의 시너지 개발, 정신과 역사적 가치 함양 등은 세계유산에서 배워야 할 점이다.

 지자체들도 단순히 언론과 출판물, 매체, 시설물 등에만 의존해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홍보전략으로는 세계유산의 우수성을 절대 후손 만대까지 이어갈 수 없다.  세계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 주변의 시너지 개발, 정신과 역사적 가치 함양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략적 홍보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돈암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관련 입장문'을 통해 "돈암서원이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난 이 기쁨을 충남도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며 "저는 충청유교문화의 탁월성을 전 세계인에게 알린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도민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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