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英대사 초치…"유조선 억류, 美가 시킨 해적질" (종합)

기사등록 2019/07/05 09:45:23

이란-영, 외교 갈등 비화 움직임

미·영, 해당 유조선 움직임 추적해와

현지 매체 "지브롤터·영국 단독 조치"

【지브롤터=AP/뉴시스】 영국령인 지브롤터 자치정부는 4일 오전(현지시간)영국 해병의 도움으로 이들의 영해를 지나 시리아로 향하던 대형 유조선 '그레이스 1'을 억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영국 해병 요원들이 쾌속정을 타고 그레이스 1에 접근하는 모습. 2019.07.05.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이란 정부는 자국산 원유를 싣고 시리아로 향하던 유조선을 영국령 지브롤터 자치정부가 억류한 데 항의하기 위해 이란 주재 영국 대사를 4일(현지시간) 초치했다. 미국과 갈등을 격화 중인 이란이 전선을 넓힐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BBC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두고 "해적질"이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난했다. 영국 외무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nonsense)"라고 응수했다.

앞서 영국령인 지브롤터 자치정부는 4일 오전 영국 해병의 도움으로 이들의 영해를 지나 시리아로 향하던 대형 유조선 '그레이스 1'을 억류했다고 밝혔다.

파비앙 피카르도 지브롤터 자치정부 수반은 이 과정에서 영국 해병 측은 지브롤터 정부의 요청으로 42코만도대대의 요원 30명을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요원 중 일부는 헬기를 타고 유조선에 침투했으며 또 다른 요원들은 쾌속정을 활용해 접근했다. 작전 중 총기는 활용되지 않았다.

영국 국방 관계자는 "큰 사건 없이 비교적 조용히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이란 국영방송 채널2에 출연해 영국의 조치를 "불법 나포"라고 부르며 "로버트 매캐어 주이란 영국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의 행동은 '해적질'이나 마찬가지며 법적, 국제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조선을 즉시 풀어주고 이들이 항해를 계속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이는 영국이 미국의 적대적인 대이란 정책을 따르고 있음음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란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무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이라면서도 "그레이스 1의 억류는 미국 정부의 요청에 의한 영국의 조치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지브롤터의 반환을 놓고 그동안 영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들은 영국 해병의 이번 작전이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도 살필 예정이다.

BBC에 따르면 영국과 미국은 걸프만에서 지중해까지 이르는 '기이한 노선'을 항해 중인 그레이스 1의 움직임을 추적해왔다.

그레이스 1은 330m 길이의 대형 유조선이다. 보통 이 크기의 유조선은 항해 거리를 단축 시킬 수 있는 수에즈 운하를 거쳐간다. 그러나 그레이스 1은 달랐다. 이들은 아프리카 남쪽 끝의 케이프 제도를 지나는 길을 선택했다. 이는 시리아로 향하는 이들의 항로를 숨기기 위한 연막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시리아행 유조선 억류는 미국이 아닌 유럽연합(EU)의 제재를 이행하기 위한 지브롤터와 영국의 단독 조치로 알려졌다.

피카르도 지브롤터 수반은 앞서 선박 억류를 발표하며 "EU 제재를 위반했다고 판단할 명백한 이유가 있다. 이들은 시리아에 위치한 배니아스 정유공장으로 향하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EU는 지난 5월 성명을 내고 "시리아 정권은 민간인에 대한 탄압을 그치지 않고 있다"며 시리아 석유 거래 금지를 포함한 제재를 2020년 6월1일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억류된 유조선이 향하던 배니아스 정유공장 역시 EU의 제재 대상 중 하나다.

이들이 EU 해역으로 진입하자 지브롤터 당국와 영국 정부는 자체적인 판단을 통해 작전을 수행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역시 이 과정에서 특별한 개입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지브롤터 당국과 영국 해병의 신속한 조치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살인적인 정권'에서 활용될 귀중한 자권이 압류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미국 측도 환영의 인사를 보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해당 유조선은 분명 EU의 제재를 위반했다"며 "이번 억류는 훌륭한 소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은 이란과 시리아의 불법적인 거래를 계속해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sound@newsis.com

관련뉴스